1980년대까지 한국은 대만이나 일본과 함께 상대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졌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소득불평등이 단기간에 극심해진 사례 중 하나가 됐다.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양극화 담론이 대두됐다.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정말로 심각한 수준인가? 먼저, 불평등 측정은 자료 의존적이라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전수조사에 가까운 국세청 자료가 아닌 이상 표본조사 자료에 기초해 소득불평등을 추정하는 경우 표본조사의 크기에 따라 지니계수가 달라질 수 있다. 표본조사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포함되는 고소득층의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지니계수도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하여 여기에서는 ‘가계금융복지패널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소득불평등을 논의한다. ‘가계금융복지패널조사’는 기존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가계동향조사’에 비해 표본 수가 거의 두 배 정도 많기 때문에 고소득층이 더 많이 포함돼 소득불평등 현실에 보다 근접한 자료라고 평가할 수 있다. 참고로 2015년 가계소득 1억원 이상의 고소득 가계 비율은 ‘가계동향조사’에서는 4.43%였지만, ‘가계금융복지패널조사’에서는 8.78%로 거의 두 배 정도 더 높았다.
OECD에 보고된 한국의 균등화 가구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가계동향조사’에 근거한 지니계수 추정치로 0.302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가계금융복지패널조사’ 자료를 사용하는 경우 균등화 가구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2010년 0.408, 2012년 0.395, 2014년 0.377에서 2015년 0.374로 약간씩 낮아졌지만, 멕시코 0.459(2014년), 미국 0.394(2014년), 터키 0.393(2013년) 다음으로 OECD에서 4번째로 불평등이 심했다.
대체로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영미형 경제체제를 지닌 나라들에서 불평등이 상대적으로 심하고(영국 0.358, 호주 0.337, 뉴질랜드 0.333, 캐나다 0.332), 국가 복지를 통한 재분배가 잘 이뤄지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에서 불평등은 상대적으로 낮다(스웨덴 0.281, 핀란드 0.257, 덴마크 0.254, 노르웨이 0.252). 직업집단 중심 복지체제를 갖추고 있는 독일이나 프랑스 등의 유럽 대륙에서 불평등은 영미형과 북유럽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프랑스 0.293, 독일 0.292, 네덜란드 0.283).
그리고 체제 이행을 경험한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체제 이행 방식에 따라서 극적인 차이를 보인다. 리투아니아나 라트비아처럼 급격한 신자유주의 방식으로 시장경제로 이행한 국가들에서 지니계수는 각각 0.353과 0.352로 높은 반면, 슬로베니아나 체코와 같이 사회적 안정을 유지한 채 시장경제로 이행을 한 경우의 지니계수는 각각 0.255와 0.252로 북유럽 수준으로 낮다.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왜 높을까? 무엇보다도 빈곤층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계층을 빈곤층으로 봤을 때 빈곤층 비율은 2010년 24.96%에서 2015년 25.61%로 늘었다. 1인 가구(73.60%), 사별(73.60%)이나 이혼(45.92%), 고령층(60세 이상 52.87%), 실업(67.66%)이나 비정규직(36.37%)이 높은 빈곤율을 만들어내는 요인들이다. 더욱이 하위소득의 소득점유율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소득 하위 40%의 소득점유율은 2010년 13.54%에서 2015년 12.12%로 줄어들었다. 또한 중위소득과 상위소득 간 격차는 줄어들었지만(2.66 → 2.60), 하위소득과 중위소득 간 격차(4.42 → 5.07)와 하위소득과 상위소득 간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4.32 → 5.07). 한국의 소득불평등 문제는 빈곤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