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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삶을 꿈꾸는가?
김경집 인문학자 2017년 02월호



매일 7명의 청년이 자살한다. 길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그들의 삶이 고달팠고, 힘겹게 버텼지만 미래의 희망조차 없으니 분노하다 절망하다 마침내 체념하며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노인들도 자살하고 아이들의 엄마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게 일상적인 세상이 됐다. 부끄럽고 두렵다. 이런 세상을 그대로 두고 살아가는 건 죄악이다.


질적인 것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아서 그렇다는 비판은 온당하지 않다. 단순히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그렇다는 비판도 어줍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가 OECD 가입국 가운데 하위권이라는 건 이제 일상적이어서 별다른 감정도 없다. 문제는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지 못한 까닭인데 아예 그것을 성찰하는 일조차 별로 없으니 이 지경이라면 미래도 별 가망이 없다. 그게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문제다.


개인이 노력하지 않아서, 너무 쉬운 삶만 원해서,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니다. 우리가 OECD 가입국 가운데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 1997년 IMF 사태를 초래한 건 노동자들이 일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제때에 치유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익에만 함몰했던 상부의 안일과 무지와 무책임 때문이다. 양극화는 그때부터 가속화됐다. 그런데도 문제의 근인을 제거하려 하기는커녕 오히려 과거의 방식으로 회귀하려고 하는 세력이 기득권을 움켜쥐고 있을 뿐이다. 더 한심한 건 사람들이 과거의 성장을 그리워하며 그 프레임에 빠져든다는 점이다.


발전경제학자 윌리엄 이스털리의 말에 주목해야 한다.
“빈곤의 진정한 원인은 권리를 박탈당한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아무런 견제 없이 행사되는 국가의 권력이다.”


이스털리는 세계은행에서 16년 동안 일했으며 뉴욕대 경제학 교수이기도 한 사람이다. 그는 「전문가의 독재」에서 국가 발전에 독재는 필요 없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뿐임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발전은 개인의 권리가 자유롭게 행사될 때 일어나며 독재자 집권기에 고도성장을 달성했던 한국의 역사와는 정반대로, 발전에 독재 권력은 필요 없음이 명백하다. 그것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함으로써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국가의 발전이 개인의 발전에 궁극적인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그것이 선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정치적 잇속을 위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일 뿐이다. 개인의 발전이 모아져서 사회와 국가가 발전한다는 것이 민주주의와 수평사회의 기본 철학이다. 각자가 권리를 가진 개인들이 모인 사회는 자신의 권리를 누리기 위해 적극적이고 경쟁적으로 문제의 해결에 나서게 되고 그게 발전을 이끄는 힘이 된다. 이스털리의 말을 종북 좌파의 준동이라고 말할 것인가? 이제 21세기의 삶으로 적극적인 변화의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


진정 우리가 원하는 ‘사람다운 삶’, ‘더 나은 삶의 질’을 원한다면 지금까지 지속된 구조적 모순을 과감하게 버리고 연대하는 삶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스의 개혁적 정치가이며 시인인 솔론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이 피해자와 똑같이 분노할 수 있을 때 정의는 실현된다.”


지금 위기에 직면한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수가 참여하며 다양한 집단이 서로 다른 다양한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공감과 공생에 바탕을 마련하는 수평사회와 민주주의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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