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들이 부의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 400대 부자의 재산(2조2,900억달러)이 하위 1억8천만명의 재산보다도 많고, 전 세계 상위 1% 부자가 나머지 99%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재벌과 대기업만 계속해서 잘살고, 서민층은 어려움을 탈출하기 위한 기회조차 얻기 힘든 ‘부의 불평등’에 시름하고 있는 것이다.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 국제사회의 화두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포용적 성장이란 경제성장에 따른 기회가 국민 각계각층에 주어지고, 늘어난 부가 사회 전체에 공정하게 분배되는 성장을 의미한다. 2000년대 초반 거론되기 시작해 2008년 미국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논의가 본격적으로 퍼졌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는 포용적 성장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 중이다. OECD 등 국제기구 보고서를 보면 ‘포용적 성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보고서 자체를 쓰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2015년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제로 논의될 만큼 세계적인 추세로 퍼지고 있다.
재계의 입장을 주로 대변하는 다보스포럼에서도 주요 화두였고, 지난해 2월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가 펴낸 「대통령의 보고서」는 ‘포용적 성장’을 핵심 주제어로 삼았다. 지난해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균형 잡힌 포용적 성장을 위해 재정·통화정책 등 모든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합의했다.
OECD는 2012년 각료이사회부터 포용적 성장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는데 국내총생산(GDP) 측정이 일부 경제적 후생만을 포착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웰빙, 소득분배, 산업 구조조정 영향까지 그 측정대상을 넓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OECD 소속 47개 도시 시장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도시 내 포용적 성장 회의’를 열었다. OECD와 미국 포드재단 주최로 세계 주요 도시 시장들이 모여 부의 불평등 문제 해결과 지속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제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리 회의에 참석한 47개 주요 도시 시장들은 파리액션플랜 4대 의제를 만들었다. 교육, 노동, 주거, 공적 인프라 등 사회 전반적으로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파리액션플랜 4대 의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사람이 연령이나 배경과 무관하게 취업, 전반적인 삶의 변화 등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포용적 교육시스템을 장려한다. 둘째, 여성·청년·노인·이민자·장애인을 포함해 모든 사회 집단이 양질의 취업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포용적 노동시스템을 장려한다. 셋째,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적정한 가격으로 양질의 주거를 제공받을 수 있는 포용적인 도시환경을 구축한다. 넷째, 기후 친화적이고 지속할 수 있는 양질의 인프라와 공적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한다.
다음 ‘도시 내 포용적 성장 회의’ 개최지는 서울로 결정됐다. 올해 6월 OECD 소속 주요 시장들이 서울에 모여 파리액션플랜 이후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