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기후변화를 환경 문제로 보고 경제는 생존의 문제로 본다. 농경사회에서는 기후가 나빠져 흉작이 들면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하지만 산업화된 사회에서 어떤 조직에 고용돼 월급을 받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경제가 좋아야 안정적으로 먹고살 수 있다. 그래서 다들 ‘경제, 경제’ 한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우리가 항상 뒷전으로 미뤄놓는 환경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그래서 경제 문제다.
경제학은 산업문명이 발달하던 시기에 살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학문이다. 그래서 경제학은 경제를 산업적인 관점에서 좁은 스케일로 다룬다. 예를 들어 경제학에는 할인율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자율을 거꾸로 적용해서 미래에 얻을 이익이나 피해를 가혹하게 평가절하시켜 버린다. 그래서 지구온도가 상승해 폭염, 가뭄이 심해져 밀과 쌀이 자라지 않게 되는 미래가 예측돼도 큰 의미가 없다. 대신 GDP 같은 일정 수치에 집중한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할 때 경제성에 집중한다. 그리고 경제적인 선택을 하다 보면 결국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늘리는 결정을 하게 되고 현재도 약 20개의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를 열심히 짓고 있다.
그런데 많은 나라들이 이제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주며 안보위기를 불러온다는 분석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석탄화력발전같이 과거 관점에서 ‘싼’ 에너지원을 없애나가며 그 빈자리를 태양광, 풍력 같은 ‘안 싼’ 에너지원으로 대체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에너지 학자들은 이런 유럽의 선택을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비판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비판이 정당할까?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미국이 풍력, 태양광을 늘리고 있는 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들 국가는 경제를 모르고 우리나라만 경제를 잘 아는 걸까?
간단히 말해 유럽·중국·미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증가, 식량위기 등을 두루 감안해 석탄발전소같이 ‘싼’ 에너지원이 경제적이지 않다고 판단, 억제하며 폐기 중이다. 반대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다소 많이 드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은 약간의 지원을 해서 확산시키고 있다. 국민건강,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비용을 감안하면 태양광, 풍력이야말로 경제적인 에너지원이다.
생각의 틀을 바꿔야 보이는 기후경제 문제를 한정된 지면에서 설명한다는 건 어렵다. 다만 기후변화 문제해결은 재활용 같은 소극적인 환경활동이 아니라 태양광·풍력과 전기저장장치를 대량으로 투입해 에너지원을 대체하고, 휘발유나 디젤차를 최대한 빨리 전기차로 교체하며, 모든 건물의 단열 강화로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과 같은 대대적인 노력이 신속하게 필요한 문제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다른 걸 다 떠나서 폭염으로 인해 농작물, 동식물들이 다 죽어나가면 경제고 뭐고 할 게 없기 때문이다. 월급 받으면, 연금 받으면 뭐하나? 쌀값이 폭등하고 야채값이 폭등해서 장보고 나면 수중에 남은 돈이 없는데.
사람들은 실내로 들어가 에어컨 켜고 폭염을 피할 수 있지만 야외에서 자라야 하는 농식물들은 폭염을 견딜 수 없고 지금처럼 빠른 지구온난화를 감당할 수 없다. 그럭저럭 버티다가 일정 수준이 지나면 적응이 불가능해져 죽어버린다. 2016년 폭염으로 죽은 가축만 430만마리가 넘는다. 고랭지 배추도 많이 죽어나갔다. 2015년 여름 폭염 땐 바지락이 갯벌에서 죽어나갔고 2016년에는 수온상승의 영향으로 전복이 대량 폐사했다.
하필 이 글이 실리는 시기가 겨울 끄트머리인 3월이라 폭염 피해에 대한 얘기가 설득력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 올해 여름에 다시 꺼내 읽어보고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농작물이 피해를 보는지 살펴보면 기후변화 문제가 왜 생존의 문제이고 경제 문제인지 좀 더 이해할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