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태양의 후예> 같은 드라마는 해외에 콘텐츠를 직접 수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K뷰티, K푸드 등 연관산업에 이르기까지 큰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다. 기후산업도 국내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 인프라사업에 진출해 해외로 수출하자는 것이 필자가 주장하는 ‘K기후’의 요지다. 예를 들면 에너지효율 분야에서 한국은 40년간 원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술개선을 성공적으로 축적해왔는데, 이러한 노하우에 IT기술을 접목해 상품화한 후 개도국 신도시 및 산업단지 건설사업에 패키지로 수출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독일 지멘스가 2007년부터 방콕, 호찌민 등 신도시 기획에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기후산업 분야는 발전, 수자원 관리, 기후정보, 제방건설, 농업 향상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한국은 IT 강국이자 빠른 경제성장의 상징이므로 개도국의 신뢰가 대단히 높다는 점도 기회요인이다. 이를 발판으로 기후산업을 인프라 및 IT와 연계해 해외 신규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이 K기후의 본질이다.
왜 지금일까? 몇 가지 시그널이 있다. 첫째, 돈 흐름의 시작이다. 파리협정의 핵심은 선진국의 기후투자 약속이다. 송도에 본부를 둔 녹색기후기금(GCF)이 투자 집행을 담당하는데, 향후 GCF는 2020년부터 최소 100조원 이상을 개도국에 지원할 계획이고, 확보한 12조원을 바탕으로 이미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5조원 규모의 35개 프로젝트를 승인했고 향후에는 지원규모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산업의 변곡점이다. 지금 한국이 글로벌시장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움직이는가에 따라 향후 10년이 좌우될 것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태양광산업의 경우 최근 몇 년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경쟁력을 갖춘 선도기업 중심으로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우리도 한화, 신성 등 과잉공급의 긴 터널을 벗어나 살아남은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시작됐다. 만약 지금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확실한 규모와 신뢰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2025년 90조원 시장을 안정적으로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낮은 가격의 탄소배출권을 선점해야 한다. 파리협정에서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7% 감축해야 하고 이 중 11.3%는 해외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충당해야 한다. 만약 한국이 이 배출권을 그대로 구매한다면 매년 3조원의 구매비용을 지출해야 하지만, 해외 투자를 통해 기술도 수출하고 배출권도 확보한다면 구매비용은 약 6분의 1로 줄어들고 미래 먹거리도 찾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은 이미 혁신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필자가 자문했던 ‘요람에서 무덤까지 펀드(Cradle-to-Grave Fund)’의 경우 3개의 자펀드를 통해 개발, 건설, 리파이낸싱에 필요한 자금을 순차적으로 지원하는 구조다. 2015년 유럽계 국영개발은행의 주도로 설립된 이 펀드는 현재 10억달러 규모의 펀드가 조성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기후산업에 투자를 시작한다. 리스크가 높은 개도국 사업에 관심 있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이 펀드를 활용한 자금조달 및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 글로벌 기업들의 참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
여러 악재에 둘러싸인 한국의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지 못하면 더 이상 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하고 좋은 대안들 중 하나가 기후산업이다.
일론 머스크는 2002년 IT로 번 1조8천억원의 일부를 당시 황무지나 다름없던 전기차 분야에 투자해 시가총액 27조원의 테슬라를 탄생시켰다. 우리도 과거 성장기반에서 얻은 돈과 기술을 과감히 활용해 경쟁자들과 격차를 벌려야 한다. 토요타와 애플이 최근 각 1조5천억원과 1조8천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한 이유를 새겨봐야 한다. 올해는 정부의 마중물 지원이 혁신적 금융수단과 만나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 기후산업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