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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안의 작은 수력발전소 “에너지 유목민 되어볼까?”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 2017년 03월호



한 손에 딱 쥐어지는 크기, 동그란 뚜껑이 달린 것이 텀블러인가 싶다. 불이 들어오는 걸 보니 랜턴인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접혀 있는 날개를 펴니 발전기로 변신한다. 흐르는 물에 4시간 반 정도 담궈둔 뒤 본체에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면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2~3번, 고프로 같은 카메라는 4~5번도 충전 가능하다. 바로 이노마드(Enomad)가 내놓은 휴대용 수력발전기 ‘이스트림(Estream)’이다. 박혜린 대표(33세)를 만났다.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에너지’는 비인기 분야 아닌가.
인도 배낭여행을 하면서 생각보다 전기 인프라가 취약한 곳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에너지 접근성,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다가 캐나다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 조류발전 플랜트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일했다. 실무를 하다 보니 기후변화 관련 주체는 정부나 대기업이고, 정말 포함돼야 하는 ‘우리’는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쉽게 에너지에 접근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특히 물이라는 에너지원은 터빈(발전용 프로펠러)이 돌아 전기가 만들어지는 걸 직접 볼 수 있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였던 만큼 개발에 어려움도 많았겠다.
처음에는 도심 속 생활하천의 흐르는 물을 이용하겠다는 아이디어로 스테이션 형태의 충전소를 구상했다. 테스트 삼아 청계천에서 시민들의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것이 CNN에 보도되면서 미국에서 관심을 모았다. 마침 허가와 규제 등의 문제로 방향을 틀어 ‘휴대용’으로 만들자고 결심한 터였다. 이후 미국 60곳의 캠핑장을 직접 돌면서 필드테스트를 진행했고, 이때 만난 사용자들의 아이디어를 제품에 반영했다. 개발에 꼬박 1년이 걸렸다.


현재 ‘인디고고’에서 판매되는 가격을 보니 한 세트에 180달러다. 싸지 않은 편인데 주 고객층은 누구인가.
주력 타깃은 미국과 유럽의 캠핑·아웃도어 시장이다. 미국엔 카약을 즐기는 인구만 2천만명이고, 매달 50만명이 캠핑을 즐긴다. 캠프 사이트가 1만2천곳이 넘는데 그중 60%는 전기 인프라가 없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오프 그리드(off-grid; 수도와 전기시설이 없는 지역) 지역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려면 가격 절충이 필요하겠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돈과 준비가 필요하더라. 잘 준비해 적절한 타이밍을 찾으려 한다. 무엇보다 개도국이든 선진국이든 제대로 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싶어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산업폐기물이나 쓰레기를 만드는 게 되니까.


지금 제작이 한창이라고 들었다.
초동물량 5천대를 생산 중이다. 5월에는 받아보실 수 있을 거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우리 회사 이름이 에너지(energy)+유목민(nomad)이다. 에너지를 어디서든 만들어 쓸 수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생산도 그렇게 해보자 하고 있다. 지금은 제작비 등 여러 사정으로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가져가 판매할 계획인데 나중엔 필요한 곳에서 바로 제작할 수 있도록 스마트 팩토리를 활용해보려 한다. 또 배터리 크기를 다양화하고 블루투스 스피커 등의 기능도 추가해 캠핑 갔을 때 이스트림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다음 모델에선 터빈을 자유롭게 교체해 풍력 등 다른 에너지원도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기후변화, 신재생에너지 등의 이슈를 갖고 고민해온 지 8~9년째인데, 내가 생각하는 해답은 멀리 있지도 않고 거창하지도 않다. 지금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고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기후변화는 엄청나게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게 답이 아니라 우리 인식과 행동, 더 작게는 버려지는 사소한 것에 해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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