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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조약 50조 발동 법안 상원 통과… 영국, 다시 격랑 앞에 서나
김덕원 KBS 런던 특파원 2017년 04월호



지난 3월 13일 웨스트민스터 상원 회의장. 밤 10시가 넘었지만 회의장에는 빈자리가 없다. 대부분이 귀족인 상원의원들이 일부는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토론을 벌일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영국 의회의 본회의장에는 의원들의 지정 좌석이 없다). 조금 뒤 내려진 상원의 결정은 영국의 모든 언론을 통해 실시간 속보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 탈퇴의 길이 열렸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EU 탈퇴를 위한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 법안이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통과된 것이다.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EU 탈퇴가 결정된 지 아홉 달 만에 영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EU와 탈퇴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스본 조약 50조 발동 법안의 처리로 영국은 또다시 격랑에 빠져들 태세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제1장관인 니콜라 스터전은 영국이 EU에서 최종 탈퇴할 즈음인 2019년 봄까지 독립 주민투표를 다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는 브렉시트라는 절벽으로 가는 영국호의 뒷자석에 앉아 몰락을 기다릴 수 없다”며 스코틀랜드 주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했다. 스코틀랜드와 함께 영국의 또 다른 일원인 북아일랜드의 유력 정당 신페인당에서도 영국의 울타리를 벗어나 아일랜드와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우려의 목소리도 같이 나오고 있다.


런던 금융권에서도 국제 금융기관들의 런던 탈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금융기관들에 주어지던 업무 혜택 등이 없어지니 런던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는 영국은 물론 유럽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각종 전문기관들은 예측하고 있다. 반면 영국경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함께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고용률이 70%를 돌파했고 2017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1.4%에서 2.0%로 상향 조정된 것도 이런 주장의 배경이다.


하나 확실한 것은 영국 내 이민자들의 삶이 좀 더 팍팍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브렉시트가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된 만큼 이민자들에 대한 규제의 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신규로 입국하는 외국인은 물론 영국에서 학위를 받은 외국인 학생 역시 비자발급이 까다로워졌다. 이 때문에 2016년 9월까지 영국의 순이민자 수도 1년 전보다 4만9천명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에 대한 적대 감정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손흥민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한 최근의 경기에서 상대편 응원팀이 가한 인종 차별적 응원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브렉시트 이후 그동안 억눌러 왔던 영국인들의 인종 혐오 감정이 여과 없이 분출되는 분위기다.


좋든 싫든 전 세계는 반세계화, 자국 이기주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영국의 브렉시트가 촉발한 변화의 흐름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이어 다시 유럽의 극우주의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영국과 EU 집행부의 탈퇴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국가 갈등을 넘어 인종 갈등으로까지 재확산되지 않을까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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