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물, 공기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다.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공급이 중단되면 사람의 생명 활동도 끝이 난다. 나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은 보통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 3일, 음식 없이 3주를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이른바 인간 생존과 관련한 ‘333법칙’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이 세 가지 요소를 얼마나 필요로 할까. 성인이 하루 먹는 음식의 양은 1.5kg 정도라고 한다. 물은 하루 2ℓ가량 마시도록 의사가 권장한다. 무게로는 2kg이다. 그런데 그와 비교할 수 없게 많이 소비하는 것이 공기다. 사람이 하루 호흡하는 공기의 양은 1만ℓ에 이른다. 무게로 따져도 12kg이 넘는다. 3분간만 공급되지 않아도 목숨이 위태롭고 물의 5천배(무게로도 6배)를 마시는 공기야말로 사람의 생존 요소 중에서도 최우선 순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중요한 공기가 심각하게 병들었다. 미세먼지로 숨 쉬기조차 괴로운 날이 최근 들어 부쩍 잦아졌다. 객관적인 지표도 충격적이다. 지난 3월 21일 서울의 공기가 인도 뉴델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쁘다든가 중국발 미세먼지로 한국과 일본에서 조기 사망한 사람의 수가 한 해 3만900명에 이른다는 등의 조사나 연구 결과가 그렇다.
국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음식과 물에 많은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한다. 국민 개개인도 이 두 가지에 대해선 지대한 관심을 쏟고 돈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공기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도 개인도 음식과 물에 비해선 관심과 노력, 비용을 덜 들였던 게 이제까지의 현실이었다. 그 결과가 지금과 같은 ‘숨 쉬기 고통스러운 봄’이고,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국가라는 오명이다.
다행인 것은 이런 사태를 통해 대기오염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고조된 점이다. 여론이 모아지면 해결책은 나오게 마련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국민 관심사’로 떠오르자 대선 정국에서 후보들이 앞다퉈 대책과 공약을 쏟아냈다. 그런 만큼 미세먼지 문제는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는 2000년대 특별법까지 제정하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서울의 공기를 크게 개선한 경험을 갖고 있다.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미세먼지 개선에 나선다면 기대 이상의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여론이라면 강력한 대책을 펴는 것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기후변화 대책과 맞물려 있고, 이는 결국 국가 에너지 정책으로 귀결된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큰 틀에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새 정부는 올봄 미세먼지 사태를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고 저탄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에너지 정책 전환의 호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온실가스뿐 아니라 미세먼지도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사회에 대한 희망을 심어야 한다.
앞에 언급한 333법칙에다 온기 없이 3시간을 버틸 수 없는 점까지 포함한 것이 ‘3333법칙’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3을 덧붙이기도 한다. 사람은 희망 없이 3개월을 버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