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은 국내에서도 낯선 용어가 아니다. 수년 전부터 서울시, 경기도, 제주도 등 지자체들이 에너지 전환을 표방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고 문재인 정부도 에너지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공약한 바 있다.
에너지 전환은 현재의 에너지시스템이 바람직하지 않거나 지속 가능하지 않을 때 대안을 추구하는 정책 지향이다. 국제적으로 에너지시스템은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기후변화 및 대기오염, 화석연료 편중에서 비롯되는 분쟁과 화석연료의 고갈 가능성,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빈곤 등 에너지 삼중고(Energy Trilemma)에 직면해있다. 여기에 원전 가동에 따른 사고의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에너지 삼중고를 극복하는 에너지시스템 전환의 방향은 이미 국제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2015년 12월 12일 파리협정 타결을 전하면서 세계 언론은 “세계가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에 서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고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세계 에너지 전환의 분수령”이라고 평가했다. 파리총회 당시 가장 주목을 받은 행사는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에너지시스템 전환이 지속 가능성, 에너지 안보, 사회적 형평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길이다. 유엔의 개도국과 최빈국의 에너지 빈곤을 퇴치하려는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캠페인의 핵심도 에너지 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 확대다.
이런 에너지 전환 선도국 중 하나가 독일이다. 에너지 전환(energiewende)이라는 용어는 독일에서 1982년 처음 등장했다. 석유, 원자력 의존에서 벗어나자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2010년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화석연료와 원전에서 탈피하려는 독일 정부의 중장기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최대 95%를 감축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종에너지 효율을 향상하고, 최종에너지의 60% 이상, 전력생산의 8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소비 제품과 건물 디자인에 에너지 효율 개념이 중시되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전량 우대가격에 구매하는 기준가격구매제(Feed in Tariffs)가 시행됐다. 그 결과 전력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6%에서 2015년 30%로 훌쩍 증가했다.
에너지 전환은 단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2016년 기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누적으로 약 38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화석연료 수입액은 2013년 91억유로 감소했으며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2016년 1억5,880만톤CO2에 달했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 수입을 줄이며 원자력 위험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산업혁신도 추구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덴마크는 독일보다 앞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 나라다. 1970년대 석유파동과 반핵운동을 겪은 후에 원전을 도입하지 않으면서도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 효율 향상과 대체에너지 개발에 일찌감치 박차를 가했다. 그래서 분산형 열병합발전과 풍력으로 에너지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나라가 됐으며 2035년이면 전력과 열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단계에 진입할 전망이다.
독일과 덴마크도 출발점은 지금의 한국과 차이가 없었다.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안전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시스템을 추진한 결과가 현재의 모습이다. 이런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은 에너지가격 조정을 통해 시민들이 부담했다. 새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시민사회와 산업계가 잘 지지한다면 한국도 머지않아 에너지 전환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나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