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012년 ‘원전하나줄이기’로 알려진 에너지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년 동안 에너지사용량을 줄이거나 에너지를 생산해 서울시 에너지의 외부의존도를 200만TOE(Ton of Oil Equivalent·석유환산톤; 1TOE는 1천만㎉) 낮춘다는 계획이었다. 서울시가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제도적 기반 구축, 추진체계 구축, 재원 확보의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서울시의 기후·에너지 정책 시발점은 신재생에너지 이용·활성화 기본계획 수립(2006년)으로 볼 수 있다. 그 후 서울 친환경에너지 선언(2007년)을 통해 에너지 절감, 신재생에너지 보급, 온실가스 감축목표 등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등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친환경 건축 기준 제정(2007년), 기후변화기금 설치(2008년), 신축대형건축물 신재생에너지 이용 의무화(2008년), 에코마일리지제(2009년) 및 건물에너지소비총량제(2011년) 도입 등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
2012년 발표된 원전하나줄이기 종합대책은 6개 분야 100개 사업으로 구성됐다. 서울시는 사업 추진을 위해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실행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점검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수정·보완해 나갔다. 특히 서울시장의 강력한 실천의지와 함께 시민참여를 통한 에너지절약의 실천, 에너지효율화를 위한 기업의 참여, 신재생에너지 생산 확대를 위한 서울시의 행정적·제도적 지원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중 성공적으로 추진된 사업을 꼽자면 에코마일리지제가 있다. 정부의 탄소마일리지제도와 동시에 출범한 에코마일리지제는 에너지 소비량을 일정기준 이상 절감한 회원에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제도다. 2016년 5월 기준 탄소마일리지 개인회원은 167만명으로 주민등록상의 세대 수 대비 9.7%인 데 비해 서울시의 에코마일리지 개인회원은 187만명(2017년 3월 기준)으로 가입률이 44.4%나 된다. 서울시 에코마일리지제도는 시민참여형 에너지 절약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가 LED조명 교체를 본격 추진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공공 부문 조명 약 90만개, 민간 부문 조명 약 900만개가 LED로 교체됐다. 같은 기간 LED 관련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내 LED산업 발전에 대한 서울시의 기여도가 30% 이상이라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서울시가 지자체 중에서도 재정자립도가 높기 때문에(85%) 가능한 게 아니냐는 말을 들을 만도 하다. 그러나 지자체 예산이 없어도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이 가 능함을 증명하는 사례도 있다. 바로 서울시 시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 투자사업이다. 서울시는 2015년 태양광 시민펀드와 2017년 연료전지 펀드를 출시해 성공적으로 시민들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제1호 서울 햇빛발전소는 서울시 소유 공공부지인 철도차량기지 4개소에, 노을연료전지발전소는 월드컵공원 내 노을 공원 주차장 인근 부지에 설치됐다.
에너지정책 추진에서 시·도지사에게 위임된 권한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각종 심의제도를 이용해 에너지정책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등 제한된 권한과 부족한 재원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에너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타 지자체가 이와 같은 에너지정책을 추진하려면 선결 과제가 있다. 시·도지사는 조례 개정이나 에너지 관련 심의기준 제정 등을 통해 에너지 절약 및 효율 향상을 위한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이보다도 정부가 시·도지사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한다면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각 도시의 에너지정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