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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과거 기술시대에 머물러있는 에너지 법·제도 개선이 우선
문승일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2017년 06월호



남과 북을 이어주며 에너지의 통로 역할을 했던 우리 전력망은 1948년 북한이 남쪽으로 내려오는 송전선로를 일방적으로 끊으면서 고립된 전력망으로 남게 됐다. 당시 남한의 발전설비 용량은 약 20만kW 전력에 불과했지만 1970년대에 들어와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화 경제발전 전략에 맞춰 발전설비와 송전망이 급속하게 확장됐다.


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팽창을 거듭한 우리나라 전력망은 현재 발전설비 용량이 1억kW를 넘게 됐다. 더불어 정전시간 등 전기 품질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발전설비 밀도가 매우 높고 1인당 전기소비량도 매우 많은 전기 과소비 국가가 됐다. 중앙 집중형의 과포화된 우리 전력망은 이제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게 됐고 국민들의 높아지는 기대수준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구시대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 문제를 비롯한 환경과 건강에 대해 국민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대규모 발전소나 초고압 송전선로와 같은 전력설비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다양한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에 의존하는 대신 대규모의 신재생에너지와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저장시스템)를 활용해야만 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 소비자와 가까운 지역에 전력설비를 분산 설치할 수 있고 고압송전탑의 증설 또한 줄일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면, 환경보존이 가능해지고 국민건강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했다. 우리의 산업구조는 중화학공업 중심의 중앙 집권형 구조에서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분산 형태의 새로운 산업구조로 신속히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망 구조도 현행 공급 위주의 중앙 집권적 형태에서 수요 위주의 분산형 전력망으로 신속히 바뀌어야 한다. 대규모 전력망을 분산형 전력망으로 바꾸고 아울러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자동차 충·방전 설비와 같은 전력 신기술들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새로운 방법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의 에너지 관련 법·제도는 아직도 100년 전의 과거 기술시대에 머물러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자 해도 구식의 법·제도에 가로막혀 변화를 시도조차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칸막이식 법·제도와 과도하게 복잡하고 불필요한 절차가 새로운 에너지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가 미래의 첨단사회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법·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에너지산업 분야의 급격한 변화가 시작됐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 탈원전 정책, 에너지 세제 개편, 2030년까지 총발전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확보 등 에너지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밑받침이 되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미래 사회로의 변화를 위해 정부, 산업계, 학계, 국민 모두의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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