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15일 이틀간 베이징에서는 ‘일대일로 국제협력 고위급 포럼(Belt and Road Forum)’이 개최됐다. 포럼에는 29개국의 대통령과 총리, 국가원수가 참석했다. 또 130개국의 대표단과 70개 국제조직의 대표들 1,500여명도 참석했다.
15일 오전 10시 베이징 시내에서 북쪽으로 50㎞ 떨어진 화이러우(懷柔) 지역 옌치후(雁栖湖) 국제회의센터에서는 29개국 정상들이 거대한 원탁에 둘러앉은 가운데 포럼 개막식이 열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마치 과거 중국 봉건왕조의 천자가 지방 제후들의 알현을 받는 것처럼 각국 수뇌들이 회의장 밖에 미리 도착해 대기해 있다가 한 사람씩 입장하자 이들과 차례차례 악수를 했다. 29개국 수뇌들은 모두 만만찮은 국력을 지닌 나라의 대표들이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행장, 라가르드 IMF 총재를 포함한 국제기구 대표들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한 사람씩 입장해 시진핑 주석과 악수했다.
최근 중국의 움직임으로 보아 이런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29개국 국가정상들이 기꺼이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갈수록 커져가는 중국의 경제력 때문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GDP 규모는 2014년 말 기준 10조3,511억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중국의 GDP 규모는 2025년에는 20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시진핑이 ‘중국의 꿈(中國夢·China Dream)’을 이루겠다고 장담하는 2050년이면 미국의 GDP 규모를 넘어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29개국 정상들이 경청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과 같은 개막사를 했다. “고대의 실크로드를 다시 열겠다고 하는 이유는 이 실크로드 주위의 각국들에 교류의 새로운 창구를 열어주기 위해서입니다.…앞으로 일대일로 사업에는 전 세계 100여개 국가가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 연설에서 “지난 2014년에서 지난해 말까지 중국은 일대일로 주변 국가들과 이미 500억달러가 넘는 투자계약을 체결했으며, 중국 기업들은 실크로드 주변 20여개국에 이미 56개 경제협력지역을 만들어 해당국들에 11억달러의 세수를 올려주고, 18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어냈다”고도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번 포럼 기간 동안 중국 정부는 참석한 각국 대표들과 76개 큰 항목과 270개 작은 항목의 경제협력사업 추진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틀에 갇혀 있던 중국경제에 빠른 발전의 불을 붙인 것은 1980년 시작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이었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과 함께 “가난이 사회주의는 아니다”, “사회주의도 시장경제를 할 수 있다”는 구호들로 경제발전을 독려했다. 덩샤오핑은 1997년 93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정책은 사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큰 틀을 유지한 채 추진되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2012년 말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3월에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사업 규모로 보아 일대일로는 앞으로 최소한 수십 년에서 길게는 100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프로젝트”라는 것이 중국 사회과학원 학자들의 추정이다. 1953년생인 시진핑의 당 총서기 임기는 앞으로 5년이면 끝나고, 그의 수명도 100세가 될 2053년을 넘기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의 현실로는 덩샤오핑과 시진핑 두 중국 지도자가 자신의 수명 연한을 넘어서까지 추진해야 하는 프로젝트들을 거침없이 발표하고 집행하는 점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은 불과 30여년 만에 중국경제에 ‘벽해상전(碧海桑田; 바다가 뽕나무밭이 되다)’의 변화를 만들어놓았다. 덩샤오핑의 뒤를 이어 시진핑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인 2049년까지 중국을 세계 1위 영향력 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중국의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우공이산(愚公移山)’과 같은 계획들을 착착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