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안 처리를 앞둔 2011년 11월 말 국회 바깥을 취재하고 있었다. 시위대는 “한미 FTA 폐기하라”며 깃발을 흔들고 격한 구호를 쏟아냈다. 마침 본회의장에 최루탄이 터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흥분은 고조됐다. 하지만 한미 FTA 비준안은 그대로 국회를 통과했고, 우려와 기대 속에 2012년 3월 한미 FTA가 발효됐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흘렀다. 불만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나왔다. FTA 이후 커지는 대한국 무역적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기간 때부터 한미 FTA를 ‘재앙(disaster)’이라 불렀다. 당선 후 노골적으로 재협상 의지를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카메라에 녹화 중을 표시하는 빨간 불만 들어오면 ‘재협상’을 언급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지 2주 만인 지난 7월 12일(현지시간) 미국은 FTA 개정을 위한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며 FTA 개정에 시동을 걸었다. 양국의 길고 긴 줄다리기의 서막이다. 한미 FTA 개정협상이 실제로 진행될지, 개정이 된다면 어떤 조항이 개정될지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다. 한 전문가는 “헌법을 고치는 것보다 통상 협정문을 바꾸는 게 더 어렵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끝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미국의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달래기용’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는 점이다. 한미 FTA의 이점을 누려온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FTA 개정 요구는 분명 아쉬운 일이다. 당장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양측 실무진의 FTA 시행 이후 효과 공동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개정을 최대한 피하자는 의도다. 단순 수치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효과까지 고려하면 한미 양국이 동등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득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한미 FTA가 개정된다면 한국이 어떤 것을 얻어낼 수 있을지 국익 관점에서 고민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필자가 인터뷰했던 통상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FTA 개정 또는 재협상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모든 협상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즉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다. 미국이 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철강, 자동차 부분에서 개정을 요구하면, 한국도 서비스 관련 분야에서 적자를 줄일 방안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자국시장 보호를 위해 휘두르는 반덤핑, 상계관세제도 기준 개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한국이 먼저 미국에 개정을 요구하기 쉽지 않은 환경임을 감안하면, 이번 기회를 적극적으로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10년 뒤 한국과 미국의 산업구조, 4차 산업혁명이 바꿔놓을 주요 무역상품 등을 살펴봐야 한다. 다음 5년 후 FTA 개정을 요구하는 국가가 한국일지 미국일지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 위기는 기회와 동시에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