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호무역 칼날이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양국의 교역 불균형이 심한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과연 미국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미 FTA로 한국과의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을까?
자동차 교역은 미국의 주장대로 불균형한 모습이 맞다.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미국 자동차 수출은 증가했지만 자동차 수입은 수출만큼 늘지 않았다. 2016년 한국의 자동차 수출액(626억5천만달러) 중에서 미국에 대한 수출액(218억5천만달러)은 34.9%를 차지했다. 하지만 한국의 자동차 수입액 전체(152억4천만달러) 중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액(21억4천만달러)은 14.1%에 불과했다.
교역 부문을 자동차에 국한하지 않고 상품 전체로 확대하더라도 양국의 교역은 미국의 주장대로 불균형한 모습이다. 한국의 미국에 대한 상품 수출은 한미 FTA 발효 이전인 2011년의 562억달러에서 발효 5년 차인 2016년에는 665억달러로 5년간 연평균 3.4%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상품액은 446억달러에서 432억달러로 연평균 0.6%씩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의 대미국 무역수지는 116억달러 흑자(2011년)에서 233억달러 흑자(2016년)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016년만 보면 상품 무역 흑자(233억달러) 중 자동차 무역 흑자(197억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달한다.
그러나 서비스 교역과 투자 부문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은 대미국 서비스 교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지식재산권 사용료 지불 증가 등의 원인으로 2015년 한국의 대미국 서비스 무역수지 적자는 140억달러에 이른다. 상품 및 서비스 교역과 마찬가지로 양국의 직접투자 역시 FTA 이후 증가했다. 2016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 대상국 중 미국에 대한 투자는 1위를 기록했다. 2011~2016년간 한국의 대미국 직접투자 누적액은 512억달러, 미국의 대한국 직접투자 누적액은 202억달러다. 특히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 중 상위 12개 기업은 2015년 미국 국내에서 약 3만7천개의 일자리를 신규 창출했다.
미국도 한미 FTA로 상품 교역 부문에서 이득을 보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가 체결되지 않았다면 2015년 미국의 대한국 상품 무역 적자는 440억달러에 달했겠지만, FTA로 인해 이보다 158억달러 줄어든 283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규모는 미국의 인접국인 캐나다 및 멕시코와의 상품 무역 적자액 축소폭(캐나다 177억달러, 멕시코 132억달러)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개선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한미 FTA 불균형을 주장하는 미국의 목소리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반영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협정 체결 당시와는 달라진 경제 여건, 산업 진화 등을 반영해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은 인정한다. 미국 측은 자국의 무역적자 확대가 과연 자유무역 때문인지, 아니면 경제구조 때문인지 냉철하게 판단하고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한국 측은 통상조직을 정비하고 차분하게 대응 논리를 준비해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 한미 FTA의 재협상이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건설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