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철강 및 철강제품(HS 72, 73류) 비중은 2.4%, 무역적자는 3%에 불과하다. 전기기기 및 보일러, 자동차 (부품 포함) 등 3대 품목이 총수입의 40%, 무역적자의 60%를 점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기간부터 ‘불공정무역의 대표적 사례’로 철강을 지목했고, 선거 이후 통상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철강은 전통적으로 군사·정치적 측면에서 중요한 전략산업으로 인식됐으며, 국가 주도 기간산업으로 발전해왔다. 동서 간 냉전이 완화된 이후에도 철강을 중간재로 사용하는 자동차, 기계 같은 제조업의 발전을 위해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이를 반영해 철강 및 철강제품에 대해선 빈번하게 수입규제 및 조사가 이뤄졌다. 현재 전 세계 19개국에서 85건의 철강제품에 대해 규제 및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도 철강산업이 성장기에 진입한 1990년 이후 수입규제 제소가 24개국 123건에 달한다. 피소건 기준으로는 미국(27건), 인도(12건)가 가장 많고, 선진국이 32건(4개국), 신흥국도 34건(12개국)에 달한다. 그중 미국은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2007년까지 12건이었으나 2013년부터 2016년까지 15건을 기록했다. 유형별로는 반덤핑이 가장 많고, 품목별로는 강관에 이어 열연강판, 냉연강판, 도금강판, 전기강판까지 그 품목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거센 철강 보호무역주의와 고율의 반덤핑관세 부과에는 국제경쟁에 취약하지만 정치적 영향력이 높은 미국 철강업체들의 정치적 요구가 강하게 작용한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과잉 압력이 높아지고 자국 수요 위축에도 높은 생산수준을 유지하는 중국산 철강제품의 대량유입으로 인한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산 철강 수입을 주춤하게 했을 뿐 획기적으로 줄이지는 못하고 국내가격을 국제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결과만 초래했다.
2016년 미국은 우리나라로부터 철강 및 철강제품을 33억6천만달러 수입했으며 6억2천만달러를 수출했다. 수입상대국에서 점하는 한국의 비중은 6.3%로 중국(42.3%), 캐나다(14.2%), 브라질(10.1%)에 이어 4위이며, 무역적자는 중국 96억달러(42.3%)에 이어 한국이 27억달러로 철강 부문 무역적자의 12.1%를 점한다. 한편 일본과 독일에 대한 무역적자는 각각 24억5천만달러, 20억5천만달러로 우리보다 작다. 이러한 수출입구조가 미국이 중국과 한국산 철강제품을 수입규제의 주요 상대국으로 언급하는 배경이다.
거센 미국의 통상압력에 우리 철강산업은 수출품목 고도화와 수출국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미국의 철강 수입은 중국과 한국산 철강제품의 수입이 추세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일본과 독일은 전반적으로 5% 내외의 수입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강한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일반강의 수출확대를 조정하면서 신흥국과 성장시장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경기변동에 따라 대미 수출이 급증하면 중국과 더불어 수입규제 대상으로 부각되므로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출활동에도 모니터링과 산업 내 협력이 필요하다.
일본이나 독일의 대미 주력 품목은 10년 전에는 주로 열연, 도금강판, 반제품이었으나 규제압력이 높은 도금강판 대신 점차 합금강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중국도 반제품, 열연, 선재에서 봉강, 합금강, 선재로 주력 수출품목이 변화했다. 반면 한국의 4대 주력 수출품목은 열연, 냉연, 아연도금, 강관으로 변화가 거의 없다. 철강 주도국 간 냉연, 도금강판 등 고급강에서 경쟁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에서 합금강의 수출이 늘어났다는 점은 우리의 철강생산 및 수출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