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기대와 우려 속에 첫발을 내디뎠던 한미 FTA가 큰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 1월 출범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이후 두 나라 간 무역수지 불균형이 지나치게 커졌고, 그 결과 미국의 일자리들이 사라졌다며 재협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물론 아직은 재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한 것이 아니라 ‘공동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것에 불과하다. 일단 모여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인 만큼 과도한 확대 해석은 곤란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때부터 여러 차례 언급해온 사안이라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한미 FTA 검토와 개정을 위한 협의는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이제 우리도 재협상 관련 논의를 상수로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상황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변수와 논리 개발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특히 지금까지 이뤄진 미국의 공세가 대부분 지역 유권자들에 대한 고려, 즉 정치적 판단의 결과였던 만큼 우리는 오히려 경제적 측면과 객관적 분석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반드시 밝히고 활용해야 할 부분은 서비스교역 현황이다. 서비스 관련 통계는 국가 들마다 집계 기준이 조금씩 달라서 양국이 발표하는 숫자가 조금 다른데, 한국은행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대미 서비스수지는 143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한미 FTA 발효 전인 2011년에 비해 33억달러 정도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미 서비스수출이 159억달러에서 143억달러로 줄어든 반면, 수입은 268억달러에서 286억달러로 증가한 결과다.
양국 간 경상수지 규모 대비 서비스수지 비율 역시 2011년 - 54.9%에서 2016년 - 63.5%로 확대됐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198억달러에서 311억달러로 크게 늘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서비스수지 흑자를 통해 미국으로 귀속된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상품무역수지 불균형은 상대적으로 개선된 셈이다.
한 예로, 지난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측이 줄기차게 개방을 요구했던 지식재산권 분야를 꼽을 수 있다. 한국의 대미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 적자가 2011년 30억달러에서 2016년 46억달러로 증가했으며, 2015년에는 59억달러를 기록해 전체 대미 서비스수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3%에서 41.8%로 높아졌다. 법률서비스를 포함하는 기타 사업서비스, 컴퓨터정보통신서비스 등의 분야에서도 미국의 흑자 규모는 계속 커지는 추세다.
그 외에 한미 FTA 이후 한국에 대한 소고기, 과일, 랍스터 등 농축수산물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부각시킬 만하다. 지난해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규모는 10억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에는 시장점유율 48.4%로 호주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2016년 농림축산물의 대미 무역수지 적자는 61억달러에 달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입장에서 금융, 법률 등의 산업이 발달한 미국 동부 지역이나 정보통신,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이 발달한 서부 지역은 민주당 텃밭이기에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이 집중된 중부 및 중동부 지역에 비해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정협상을 본격적으로 담당할 실무진들은 정치적 고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만큼 미국 측 주장처럼 두 나라 무역 불균형 확대의 원인이 정말 한미 FTA 때문인지, 한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된 협상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타당한지, 한미 FTA가 양국 소비자와 노동자들에게 어떤 편익과 비용을 발생시켰는지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