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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경제 관련 합의 필요…‘환율조작 금지’ 새로운 통상의제 될 것”
최병일 한국국제통상학회장,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7년 08월호



그야말로 전광석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지난 7월 12일(현지시간) 한미 FTA 개정협상을 시작하자고 공식 요구했다. 한미 FTA 호혜성을 강조했으나 결국 트럼프의 개정협상 통지서를 피하지는 못한 셈이다. 다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통보한 서한에서는 재협상(renegotiation)이라는 단어 대신 수정(amendment 또는 modifica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일부 개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병일 한국 국제통상학회장을 만나 현실로 다가온 통상압박을 집중 점검했다.


2012년 우려와 기대 속에 발효된 한미 FTA가 올해로 5년을 맞이했다. 협상 당시 진통은 컸지만, 지금은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2006년 한미 FTA 협상 때 대한민국이 찬반으로 나뉘어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나 우여곡절 끝에 2012년 발효가 됐다. 지금까지 진행해온 것을 보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상한 대로 무역과 투자가 확대된 협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서 우리 시장점유율이 다른 경쟁상대국에 비해서 올라갔고,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시장에서 미국제품의 시장점유율이 FTA 이후 꾸준히 올라갔다.


시장점유율이 실제로 어떻게 변화했나?
2012년에 발효했을 때 미국 내 한국제품의 점유율이 2.5 7%였는데 지난해 3.19%로 올라갔다. 미국시장이 워낙 크고 경쟁적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수치다. 또한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시장 내에서 미국제품의 시장점유율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2012년 한국 내 미국제품의 시장점유율은 8.3%였는데 2016년 10.6%까지 올라갔다. 한미 FTA가 없었더라면 미국제품은 주로 농산물 내지 일부 자동차에 한정됐을 것이고, 중국이나 일본, 유럽 제품에 고전했을 것이다. 한미 FTA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현대나 기아, 삼성, LG 등이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해서 일자리도 상당히 늘어났다. 한국의 미국 내 직접투자는 지난해 511억8천만달러로 FTA 발효 직후인 2012년 201억6천만달러보다 2.5배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일각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관점에서 봤을 때 무역수지 적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대략 250억달러 정도 되는데, 사실 미국과의 교역에서 가장 큰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그 규모가 우리의 15배 정도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무역수지 흑자도 커졌지만 속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거다. 이는 제조업 중심의 무역수지 적자 만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인데 사실 미국은 서비스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흑자를 한국에서 기록하고 있다. 여행ㆍ교육ㆍ보험ㆍ금융 등의 분야에서 미국 내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간과한 것이다.


일자리와 관련해 트럼프가 주장하는 ‘Job Killing FTA’ 주장은 근거가 있나?
20세기 초반까지 꾸준히 유지되던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21세기 들어오면서 급속히 사라졌다. 대략 500만개가 없어졌는데 공교롭게도 중국이 WTO에 가입하는 시점과 맞물려 일부에선 이것을 중국효과 (China effect)라고 주장하지만 결정적 이유는 기술요인이다.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졌지만 지금 미국 제조업은 유사 이래 최대 전성기다. 현재 남아 있는 일자리는 일부를 빼고는 미국이 기술 우위를 누리고 있는 고부가가치 일자리들이다. 반면 사라진 일자리는 경쟁력이 뒤떨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일자리를 멕시코나 중국 노동자가 빼앗아갔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로봇이나 공장자동화의 결과다. 결국 미국 제조업 쇠퇴의 진실은 기술혁신과 공장자동화인데 트럼프는 그 사실은 외면하면서 멕시코를 겨냥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주장하고 한미 FTA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와 철강 분야를 불공정 무역으로 지목했다.
철강 문제의 핵심은 중국의 과잉생산이다. 중국이 급속도로 산업화되면서 자국의 국영기업(SOE)들을 활용해 철강생산 기반이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다른 나라였다면 조업단축이나 구조조정이 일어날 텐데 철강산업을 독점할 생각으로 계속 버티고 있다. 중국의 철강 과잉설비가 국제적으로 심각한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의 포스코 등 많은 제철기업들이 중국 철강을 재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타깃은 중국인데 한국이 가운데 딱 걸려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수출시장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자동차도 미국이 충분히 한국에 더 많이 수출할 수 있는데도 교묘한 규제를 자꾸 만들어 수출을 많이 못하게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한미 FTA 개정협상을 통해 미국이 얻고자 하는 실익은?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FTA를 개정해 무역수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FTA라는 것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관세율을 떨어뜨려 궁극적으로 제로로 만드는 관세자유화다. 현재 우리는 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에 대해 합의를 했고, 미국은 전부 합의를 했다. 나머지는 서비스나 투자를 개방하는 것이 있고, 그 외에는 무역에 대한 규범을 만드는 것들인데 이런 것들을 손본다고 미국의 무역수지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통상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까?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다자무역체제를 설계하고 그 시스템을 키워온 미국이 이제는 다자무역체제와 메가 FTA를 거부하고 있다. 힘이 있으니까 양자로만 하겠다는 식으로 돌아서고 있다.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엄청나게 공들인 TPP도 헌신짝처럼 버린 트럼프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는 자동차, 철강 등 미국의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재건을 목표로 보호주의 정책을 계속 진행할 것 같다.


8월 16일부터 NAFTA가 재협상에 들어간다. 어떻게 진행될까?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NAFTA가 획기적인 재협상으로 갈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멕시코가 NAFTA 20년 동안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 생산기지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무엇을 ‘Made in NAFTA’로 할 것인지의 문제다. 그 기준을 조금 까다롭게 하면 더 많은 생산공정이 미국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또 하나는 환율조작 이슈다. 공화당, 민주당을 막론하고 협상에 환율조작 금지를 꼭 집어넣자는 주장이다. 양자협상에서 아직 들어간 사례가 없는데 NAFTA 재협상에선 어떤 방식으로든 언급될 것이다. 아마 새로운 통상의제가 될 것 같다.


한미 FTA 개정협상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미 FTA는 10년 전에 만들어진 협정이다. 발효한 지는 5년이지만 사실 2007년에 합의한 원안이 거의 그대로 진행됐다. 2010년 자동차 부분과 관련해 일부 협상했을 뿐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의 세상이었고 디지털경제가 본격화되기 전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디지털경제가 엄청나게 발전하지 않았나. 우리와 미국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디지털경제 관련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방어적ㆍ수동적 협상이 아닌 확장 및 개선된 협상까지 진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확장 및 개선된 협상과 여기에 서비스 분야까지 들어오게 된다면 아마 한국경제가 다시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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