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트렌드를 읽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지금 한국의 소비 패턴을 지배하는 트렌드로는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이 뽑은 대표적인 키워드는 휘게(Hygge), 뉴 식스티(New Sixty), 욜로(YOLO)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등이 발간한 「세계 행복 보고서 2016」에 따르면 157개국 가운데 덴마크는 행복 랭킹 1위였다.
덴마크 행복연구소장이자 「휘게 라이프」의 저자인 마이크 비킹은 덴마크인의 행복 비결이 ‘휘게’에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휘게는 ‘안락하고 아늑한 상태’를 뜻하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여유를 즐기는 소박한 덴마크식 라이프 스타일을 함축하는 단어다.
휘게는 특정 사물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편안하고 행복한 분위기와 감정을 표현할 때 쓰는 단어다. 흔히 집에 머무는 느낌, 긴장을 풀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을 뭉뚱그려 휘게라고 한다. 따뜻한 음료, 양초, 벽난로, 보드게임 등이 휘게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촉발된 킨포크 라이프(Kinfolk life),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확산된 단샤리(斷捨離·미니멀 라이프)는 휘게와 맥을 같이한다. 더는 과거와 같은 물질적인 풍요를 누릴 수도 없고 그걸 지향하는 삶을 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대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물질이 아닌 사람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한편 침체된 유통업계의 구원투수로 새로운 60대 ‘뉴 식스티’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은퇴 후에도 활발한 소비와 여가를 즐기며 불황에 허덕이는 소비시장의 주역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패션·여행·레저·화장품·모바일 업체는 뉴 식스티를 사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60대는 베이비붐 세대다. 1970~ 1980년대 경제성장기 때 왕성하게 활동한 주역이고, 1990~2000년대 아파트 호황기를 누린 세대이기도 하다. 가장 오랫동안 일하고, 가장 많은 돈을 번 그들이 은퇴하기 시작했다. 역사상 가장 활동적이고 소비 욕망이 충만한 60대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젊은 여배우 대신 할머니를 모델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명품 브랜드 셀린(CELINE)은 2015년 광고 모델로 미국의 유명 작가인 존 디디온을 발탁했는데, 당시 그녀는 81세였다.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L’Oreal)은 2016년 대표 모델로 1945년생인 영국 여배우 헬렌 미렌을 선택했다. 백발을 멋지게 빗어 넘기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 당당한 표정의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노인’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 케어’의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2분짜리 영상에 이 단어가 등장한다. 원래 욜로는 미국의 인기 래퍼 드레이크가 2011년 발표한 음반에 등장한 단어인데, ‘인생은 한 번뿐이니 후회 없이 살아라’라는 의미가 재조명되면서 젊은 층이 즐겨 쓰는 유행어가 됐다. 실제로 해외에 배낭여행객이 주로 모이는 게스트하우스에선 “헬로(Hello)”나 “굿럭(Good Luck)” 대신 “욜로” 인사가 유행하고 있다.
욜로는 현재지향적인 소비로 나타난다. ‘지금을 즐겨라’라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삶의 태도에 대한 격언이라면, 욜로는 현재지향성의 라이프 스타일 버전인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욜로가 ‘젊어서 노세’와 같은 단순하고 충동적이고 소비지향적인 성향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2017년 대한민국의 욜로는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지금의 행복을 희생하기보다는 후회 없이 즐기고, 사랑하고, 배우기 위한 소비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