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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살아남는 법···가성비 따지고 작은 사치 누린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2017년 09월호



수년간 지속돼온 저성장은 소비자들의 소비행태 변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가벼워진 주머니, 불투명하고 불안한 미래다 보니 소비도 그에 맞게 바뀔 수밖에 없다.


장 먼저 대두되는 소비트렌드가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다. 대표적인 것이 이마트의 PB(Private Brand)인 ‘노브랜드’다. 대형마트 내에서만 팔다가 아예 단독 로드숍을 개점할 정도로 성과가 이어졌고, 다른 대형마트들도 PB 강화에 나선 계기를 만들었다. 과거에도 PB가 있었지만 단지 싼 것이 강점이었다면, 요즘 PB는 싸면서도 적당한 품질을 지녀 가성비가 높다. 반품되거나 수리한 리퍼비시(refurbish)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가성비의 영향이다.


요즘은 가성비에 이어 ‘가용비’라는 말도 쓴다. 지불가격 대비 제품의 양을 얘기하는데, 가성비 높으면서 가용비까지 높은 제품에 대한 선호도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무한리필 식당과 창고형 매장이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에 따르면 신한카드 이용자가 쓴 무한리필 식당 매출은 2013년 116억원에서 2016년 398억원으로 3배 정도 늘었고, 창고형 매장 지출액은 2013년 1천억원 정도에서 2016년 2천억원 정도로 두 배 증가했다.


렌털도 저성장시대의 중요 소비트렌드다. 요즘은 신혼부부들이 혼수까지도 렌털한다.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가구나 집안 소품, 심지어 예복을 비롯해 상견례 때 들고 갈 가방이나 옷까지 빌려준다. 패션렌털도 활발해졌는데 고가의 드레스나 수트를 빌려주는 것에서부터 직장 남성을 위해 매일 셔츠를 빌려주는 서비스도 있다. 이젠 뭐든 다 빌려준다. 2017년 1분기 GS홈쇼핑은 렌털상품을 포함한 무형상품 판매액이 전년 대비 22% 증가했고, 롯데홈쇼핑은 16%, 심지어 CJ오쇼핑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하기도 했다. 1인·2인 가구 증가와 함께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불황에 소비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렌털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소유의 시대에서 공유의 시대가 되면서 점점 렌털시장이 커지는데, 10년 전 3조원대 시장이 지금 10배 가까이 커졌고,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흥미롭게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도 저성장시대 소비트렌드다. 욜로는 한 번뿐인 인생이니 막 쓰고 흥청망청하자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작은 사치’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소비다. 소유 대신 경험에 소비하는 2030들의 소비 태도에서 비롯된다. 집이나 차를 사는 건 관심이 없지만 취미를 즐기고 여행과 전시, 공연을 보는 데는 돈을 쓴다. 대신 이런 소비를 하기 위해서 의식주에선 철저히 가성비를 따진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패스트패션으로 저렴하게 옷을 입고, 셰어하우스에 여럿이 모여 살거나 원룸도 룸메이트와 함께 쓴다. 의식주의 풍요가 기성세대에게 중요했다면, 저성장시대엔 의식주의 풍요를 포기하는 대신 일상의 작은 풍요를 누린다.


과거에도 불황이 있었고, 주머니 가벼운 이들의 소비트렌드가 있었다. 불황을 놓고 싼 라면과 소주가 잘 팔리는 얘기만 하는 건 과거식이다. 특히 2030이 받아들이는 저성장시대 소비트렌드는 기성세대와는 차이가 있다. 무조건 허리띠 졸라매고 안 먹고 안 쓰자는 식에서 벗어나 가성비 높은 것을 잘 찾고, 그렇게 아낀 돈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돈을 쓴다. 어찌 보면 소비의 진화다. 저성장시대는 생각보다 오래갈 수 있다. 아니 저성장시대가 이젠 정상인 시대다. 잠시 허리띠 졸라매는 게 아니라 소비의 방향과 태도 자체의 변화가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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