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비트코인 논란이 새해에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1월 12일 국제 가상통화 정보업체인 ‘코인마켓캡’은 김치프리미엄(가상통화가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30∼40%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붙은 한국의 상위 가상통화 거래소 3곳을 국제 시세 산정에서 제외했다. 튤립 버블 이후 최대 버블이라는 주장과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금융패러다임이 형성될 것이라는 의견으로 갑론을박이 한창인 대한민국. 가상통화 논란의 정점에 있는 비트코인에 대해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상통화는 무엇인지, 법정통화와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법정통화(fiat currency)는 신뢰의 주체가 중앙은행과 정부다. 법적으로 보장된 신뢰 주체가 화폐를 발행하고 관리한다. 반면에 가상통화(virtual currency)는 이런 주체가 없다. 가상통화에서 신뢰의 토대는 암호학(cryptography)에 기반한다. 전산과 통신 분야에 쓰이는 암호학 기법을 활용해 거래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거다. 이러한 기법이 디지털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암호화폐(cryptocurrency)라고 부른다(그러나 여기에서는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가상통화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블록체인의 암호를 사용해 새로운 코인을 생성하거나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
‘신뢰 주체’ 없이도 가치 이전이 가능한 이유가 블록체인 기술 때문인가? 그렇다. 블록체인을 통해 거대한 공개장부를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공유한다. 일종의 분산형 공개장부로 화폐가 발행되는 과정뿐 아니라 모든 거래기록이 블록을 형성하고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이를 공유한다. 그동안 금융거래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은행을 대신해 중개기관이 필요 없는 새로운 화폐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개인 간(P2P) 금융거래가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준 셈이다. 발상이 아주 혁신적이다. 특정 기록을 금고에 보관해 금고지기가 지키는 것이 아니고 모든 기록을 같이 갖는 것이다. 모두가 참여하고 공개되므로 장부의 업데이트 과정에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다.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통화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가치창출이나 가치교환의 주체가 민간으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더이상 중앙의 금융기관과 법적 토대에 의존하지 않고도 금융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고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방과 혁신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엔 사회를 교란시키는 부정적 측면만 부각되고 있어 안타깝다.
비트코인이 화폐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을까? 화폐의 역사를 보면 과거 벽돌, 조개껍데기에서부터 시작해 현재의 금과 달러로 이어졌다. 화폐란 사회의 필요성이나 제조 기술 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한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지폐도 사실은 본원적 가치가 없는 종잇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진화적 대안은 계속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디지털 환경에선 비트코인이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비트코인 역시 지금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형태의 화폐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불안한 가격과 제한적인 사용처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과거의 틀에서 보면 미흡한 게 사실이다. 화폐라고 보기엔 아직 미비하다.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기술로, 앞으로 어떤 기능과 역할을 담당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화폐도 현재의 기능과 체계를 갖추기까지 100년 가까이 걸렸다. 물론 안착하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 연구 등이 더 필요하다.
지난 12월 29일 미성년자·외국인 계좌 개설·거래 금지, 가상화폐 공개(ICO) 전면 금지, 거래실명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규제안이 발표됐다. 본인확인(KYC; Know Your Customer) 규정준수나 자금세탁방지(AML; Anti-Money Laundering)에 대한 의무규정 등에 대해선 확실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본인확인(KYC) 규정준수는 조금 더 확실하게 했어야 했다. 과세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원칙을 세우고 수익에 대해선 세금을 내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전 세계에서 거래되고 장벽이 없어 우리나라에서만 거래를 막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다른 나라의 거래소를 이용하면 되는 식이니 실효성이 없다. 글로벌 공조가 필요하다.
가상통화의 열기와 함께 거래소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거래소는 법정화폐의 영역과 가상화폐의 영역을 연결시켜주는 인터페이스다. 일종의 화폐 출입국관리사무소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이렇게 중요한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거래소가 빠른 속도로 늘어난 데 비해 규제는 미비한 상태였다. 특히 거래소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운영이 가능하다. 설립근거가 굉장히 취약하다. 「외국환거래법」에 준하는 거래모니터링 의무나 외환 관련 의무 등의 부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가상통화와 법정화폐의 공존 가능성은? 일단 같이 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법정화폐를부정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가상통화 역시 당장 기존 체제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신뢰 기반은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문제점을 보완해나가며 공존할 것이다. 다만 형태는 디지털화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한 말씀? 지금 우리는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와 있는데 우리의 대응은 근시안적이다. 새로운 기술을 앞으로 어떻게 잘 활용해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