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필자의 눈에 인상적으로 비친 장면은 주인공인 다섯 아이가 ‘미래의 문’을 통해 미래 세상과 조우하는 것이었다. 미래의 푸리는 의사가 돼 증강현실 안경을 쓰고 로봇을 통해 원격으로 수술을 집도하고, 누리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며, 아이돌 스타가 된 아라는 자신의 공연을 홀로그램으로 전 세계에게 선보인다. 해나래는 완전자율자동차가 다니는 스마트도시를 설계하고, 비채는 스마트 기술로 한글을 가르친다. 5G 시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제공하는 역대 최초·최고의 ICT 올림픽임을 알리고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우리나라의 비전을 세계에 광고한 것이다. 5G 이동통신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4G의 차세대 기술로, 이전 세대의 이동통신과는 사뭇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전 세대의 기술 진화가 무선의 전송 속도를 강조하는 ‘초고속’ 특징에 국한됐다면, 5G는 초고속뿐 아니라 다양한 다수의 기기를 상호 연결하는 ‘초연결’과 통신 기기 간 안전한 연결과 빠른 응답 시간을 보장하는 ‘실시간’의 중요성을 함께 지향한다는 점이다.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과 홀로그램에 요구되는 대용량 콘텐츠의 원활한 송·수신, 자율주행자동차 및 원격의료에 요구되는 안전한 통신 기술 및 인간의 촉각 반응에 버금가는 초저지연의 빠른 응답속도, 그리고 공장과 도시의 수많은 센서가 동시에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스마트공장과 스마트도시의 초연결성을 5G 이동통신이 실현할 수 있다. 특히 이와 같은 다양한 요구사항을 갖는 서비스들을 소프트웨어 기반 가상화 기능을 사용해 하나의 물리적 네트워크로 맞춤형 제공이 가능하다. 따라서 5G 기술은 기술 혁신의 확산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기존 이동통신산업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산업 간 융합까지 촉발할 수 있는 사회 전반의 인프라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5G 기반의 통신 인프라는 기존 정보 전달 중심의 인프라에서 탈피해 정보 생성, 전달, 저장 및 처리까지의 기능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지능화된 ICT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의제로 다뤄진 후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 유행어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기술 혁신에서 촉발돼 생산성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른 장기적 경제성장을 의미하는 ‘산업혁명’ 용어의 뜻에 따르면 네 번째 기술 혁신에 의한 산업혁명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미래 전문가들은 초연결성과 초지능화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 네 번째 기술 혁신이 인류사에 새로운 대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와 같은 이해와 예측으로부터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는 5G 기반의 ICT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애플,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이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데이터 서비스 플랫폼을 선점한 회사들이 있는 해외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유·무선 통신 인프라 구축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통신 인프라를 5G로 확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융·복합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면, 우리에게도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성공적으로 맞이할 기회가 올 것이다. 17일간의 짧은 평창 동계올림픽 여정에서 세계인들은 우리나라의 준비된 5G 기술 역량을 목격했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앞으로의 긴 여정에서, 압도적 출발에 성공한 5G 기술을 기반으로 이동통신과 타 산업 간의 융합 기술을 지속 발굴해 다양한 국가 성장동력 신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5G는 우리의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