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을 키트에 담아 우편으로 보내면 4주 만에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가능한 이야기일까 싶지만 바이오 스타트업 쓰리빌리언(3billion)이 지난해 미국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희귀질환 유전자 분석서비스가 그렇다. 5월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쓰리빌리언을 찾았다.
기존의 유전자 분석서비스와 어떻게 다른가. 보통 2천명 중 1명 이하로 발병하는 희귀질환은 현재 7천개 이상이 알려져 있을 정도로 그 종류가 무척 많고 원인도 다양한데 이 중 70~80%가 유전질병이다. 우리가 검사하는 것이 바로 이 희귀유전질병이다. 기존에는 하나의 질병에 대해 한 개의 유전자를 검사했다면 우리는 한 번에 유전자 전체를 분석해 5천여종의 희귀유전질병을 검사할 수 있다. 증상이 생긴 후 희귀질환 환자들이 병원에서 진단을 받기까지 보통 5년의 시간이 소요됐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되는 것이다. 우리처럼 희귀유전자 검사만 전문으로 하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다.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에서 근무하며 여러 유전자 검사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오던 중 하나의 제품에 집중해야 시너지가 발생해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쓰리빌리언을 스핀오프 형태로 창업하게 됐다. 기술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다.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유전자 변이 해석이다. 우리는 사실 소프트웨어 회사다. 유전체를 실험실에서 해독하는 부분은 이미 일반화됐기 때문에 이것은 아웃소싱으로 진행하고, 이 유전체 해독 원자료(raw data)를 가지고 AI로 질병에 대한 상관성을 검사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구조다. 이러한 기술혁신으로 비용을 절감해 미국에서 보통 2,500~1만달러 이상 하는 유전자 검사를 1천달러 정도 선에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미국은 유전자 검사시장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어 환자들의 이해가 높아 베타테스트(제품을 상용화하기 전 제품의 결함 여부, 제품으로서의 가치 등을 평가하기 위해 실시하는 테스트)를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한 달 동안 500명 정도가 신청했다. 검사 비용이 비싸 망설였던 분들, 이미 희귀질환 진단을 받았는데 본인만의 유전적 원인(genetic origin)을 확인하고 싶은 분들이 많아 그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베타테스트를 진행한 100명의 환자 중 70명이 특정 희귀질환 환자라 신약 개발을 위한 타깃 유전자를 발굴할 수 있는 데이터를 쌓는 성과도 있었다. 이 사업에서 ‘데이터’의 가치가 남다른 것 같다. AI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에게 데이터는 핵심이다. 양질의 데이터를 쌓기 위해 미국 8곳, 한국 9곳 등과 맺은 공동연구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용화 후 자연스럽게 고객 데이터를 쌓아나갈 계획이다. 특히 아시아를 겨냥할 방침이다. 유전자는 인종적 특성이 크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 등 5개 국가가 전 세계 희귀질환시장의 50%, OECD 국가로 보면 70%를 차지한다. 5개 국가 데이터만 쌓아도 전 세계 70%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B2B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하고 사업화할 계획이다. 국내시장 진출계획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B2B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병원과 공동연구를 먼저 진행한 뒤 병원에 출시하는 형태로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단기적으로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희귀질환 유전자 검사서비스로 성장하고, 이를 통해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희귀질환 진단부터 치료제 개발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 회사가 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홍성아 나라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