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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은 여성만을 위한 것?
전길양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2018년 05월호



성평등은 현재 우리 사회 주요 화두 중 하나다. 이는 남녀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위나 권한, 그리고 서로 간의 관계에서 형평성을 고려하는 개념이다. “남녀 차별, 요즘도 그런 게 있나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70.7%, 국가 5급 공채시험 41.4%, 사법고시 36.7%’(통계청, 2016년 통계) 등 국가고시 여성합격자 비율 상승을 근거로 댄다. 그런데 분야별로 보면 성 불평등 문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성격차지수(WEF 발표)는 2017년 144개국 중 118위로, 매년 변함없이 하위 수준에 있다.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여성경제활동참여율(50.2%), 여성국회의원 수(17%), 고위공무원 수(3.7%), 100대 기업 여성임원 수(2.3%) 등에서 여전히 낮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는 위험신호에 대한 익숙한 관행으로 적시에 대처하지 못해 문제를 악화시킨 대표적 사례로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같은 세계경제 위기를 지적하며 금융권에 만연한 남성 중심 지배구조를 꼬집었다. 리먼 브라더스 이사회는 남자 9명과 여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의사결정 구조에서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다양성의 부족은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더 나은 결정을 위해 다양성의 수용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성평등에 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성평등이 오직 여성만을 위한 것이어서 여성들의 삶에만 이익이 되는 것이란 생각이다. 이는 성평등과 남성의 이득을 상호 적대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르웨이의 홀터(Holter) 박사의 연구(2010)에 따르면 유럽의 성평등 국가에 사는 남성이 그렇지 못한 국가에 사는 남성보다 행복할 확률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여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평등 국가에 사는 남성들일수록 더 나은 삶을 살 확률이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게다가 성평등한 국가에 살수록 여성과 남성 모두 우울증과 가족붕괴, 그리고 폭력에 의해 불행한 일을 겪는 일도 현저히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는 성평등이 결국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준다는 결과를 나타낸다. 
성평등 사회가 갖는 이로움은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성평등 사회가 되면 개인 측면에서는 자아실현이 가능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직장 내 성차별 해소, 성평등적인 일·생활 균형 문화가 확산되면 여성들은 사회경제적으로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여성과 남성 모두가 평등할수록 소득수준과 소득분배, 가족건강에 긍정적이며, 성평등은 기업 생산성 향상과 이윤 증가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 고령사회, 저성장의 문제로 여러 고민을 안고 있고, 더 나은 삶과 성공적인 생활의 성취를 위한 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라가르드 IMF 총재는 2017년 서울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여성경제활동참여율 제고 정책은 경제적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면서 “한국에서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를 메우는 것으로 국내총생산(GDP)을 10%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돌봄 정책이나 사회문화적인 성별고정관념의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우리가 집단사고에 얼마나 취약한지 인식하고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사회통념에 자신의 생각을 부단히 검토해보는 노력, 바로 성평등 관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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