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국가재정법」 제정에 따라 2010년 예산안부터 국회에 제출하는 예산안에는 성인지 예산서가 첨부됐다. 2018년 현재 정부는 10번째 성인지 예산서를 국회에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포털에 ‘성인지 예산’을 입력하면 성인잡지로 인식하고 사이트가 셧다운되거나 ‘성인들이 인식하는’으로 설명하는 글들이 제시되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성인지 예산제도는 크게 두 가지 과정과 목적으로 시행된다. 하나는 ‘성인지적 예산 분석’으로 예산이 여성과 남성, 성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의 차이를 분석하고, 다른 하나는 ‘예산의 변화’로 분석결과를 예산에 반영해 재원의 배분 구조와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국가 예산이 성평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변화된다면 성인지 예산제도의 목적이 달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의 역사가 짧은 만큼 시행 현실에 비춰볼 때 그 필요성과 중요성은 인정받고 있지만 운용과정에서 개념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합의는 다소 미흡하고 미진하다는 평가가 많다. 대한민국의 ‘성인지 예산서’와 ‘성인지 기금운용계획서’는 「국가재정법」 시행령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성가족부 장관과 협의해 제시한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 중 중앙관서의 장이 정하는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정부 전체 약 1만여개의 세부사업 중 약 300여개의 사업에 대해 성인지적으로 예산을 분석하고, 예산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양성평등을 위한 예산이 적정한지 ‘예산총량’을 점검하고, 예산이 여성과 남성, 성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의 차이를 분석해 예산 배분의 구조와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분야별 예산배분’과 ‘사업의 효율성’ 측면에서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성인지 예산이 얼마’라는 식의 예산총량 측면에서만 점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의 긍정적 성과는 높게 평가되고 있다. 먼저 성평등 인식 제고를 위해 법적·정책적 기반을 강화했다. 두 번째는 회계연도별 성인지결산서 분석대상 사업 중 성별수혜격차가 10%p 이상인 사업을 대상으로 성별수혜격차 완화를 유도하고, 예산사업의 성평등 효과분석 범위 확대 및 예산을 지속적으로 증대했다. 성인지 예·결산서 작성 후 공무원의 제도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증가해 성평등 인식이 제고됐음을 알 수 있었다. 사업별 세부 성과로는 ‘폭력근절과 인권보호’ 등 성평등을 포함한 차별 없는 공정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국가 주요 사업에 예산을 확보(8,144억원, 전년 대비 증가율 46.0%, 2017년)하기도 하고, 농기계 임대사업과 같이 농기계 운전과 밭농사와의 관계를 분석해 경운기 임대의 불용처리를 막고, 밭농업 농기계 개발 시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농기계 편의장치를 개발해 여성농업인이 쉽게 농기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예산 배분을 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가 성인지 예산제도를 포함해 많은 성평등 정책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에도 성격차지수가 낮고 이 영역의 국제적 순위가 낮은 순위에 머물고 있음을 문제로 제기하기도 한다. 성인지 예산제도는 성평등 사회를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미국 콜롬비아대의 치칠리스키 교수는 경제가 발전해 여성의 교육과 생활환경이 개선됐다 하더라도 성 차별이 해소되지 않으면 경제학적 의미에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성인지 예산제도를 통해 파레토(Pareto) 개선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