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름다운 자태, 향기,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까지 떠오르면 행복한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쓰레기’는 어떤가? 악취와 낮은 가치, 엮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저절로 고개가 돌아갈 것이다. 쓰레기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에 맞서 보자며 출사표를 낸 것이 ‘업사이클’의 등장이다. 업그레이드(upgrade)+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인 업사이클(upcycle)은 디자인, 기술, 아이디어를 통해 버려지는 자원의 가치를 높이고 재활용에 활력을 불어넣어 사람들이 기꺼이 쓰레기에 관심을 갖고 돈과 시간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스위스의 프라이탁 형제는 방수가 되는 트럭의 덮개천으로 가방을 만들었다. 매년 30만개 이상의 쓰레기로 만든 제품이 젊은이들의 환호 속에 700억원어치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부터 업사이클산업이 시작돼 현재 전국에 200여개의 업사이클 브랜드가 활동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로 기부된 제품 중 너무 유행이 지나 판매가 어려운 것들을 재료로 하는 ‘에코파티메아리’, 버려진 자전거로 램프 및 패션용품을 만드는 ‘세컨드비’, 고장난 가구로 반려동물 용품을 만드는 ‘쓸모연구소’, 버려진 우산으로 제품을 만드는 ‘큐클리프’ 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17년 진행된 대통령 선거에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약속을 담은 선거 현수막을 한정판 에코백으로 만드는 ‘5년의 약속’ 프로젝트는 진보·보수 관계없이 5명의 후보들이 참여해 지지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당선자인 ‘문재인의 약속’의 경우에는 공약을 그대로 주머니에 담아내 생활정치와도 재미있게 연결한 사례였다. 2018년을 뜨겁게 시작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남북 공동 선수단의 성화봉송과 마지막을 장식한 김연아의 아이스댄스였다. 터치포굿은 성화대 철거 뒤 버려질 목재 부분으로 성화대를 본 뜬 ‘렛블랭크샤인(LET SHINE)’ 무드램프를 제작했다. 그 어떤 좋은 나무라도 이 거친 나무처럼 올림픽의 감동을 그대로 담을 수는 없다는 자부심을 안고. 정부에서는 업사이클산업의 가능성과 의미에 동의해 지자체 단위에서 업사이클센터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업사이클센터에서는 업사이클 기업 지원과 활성화를 기반으로 지역주민들에 대한 교육,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들을 전문적으로 진행한다. 2017년 업사이클산업 조사 결과 여전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산업이 형성돼 있는 것을 전국 단위의 업사이클센터 설립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사이클센터는 현재 대구, 인천, 서울에서 운영 중이며 경기도(수원), 순천, 전주, 청주에 설립될 예정이다. 업사이클산업은 제품 제작에서 전문 교육,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는 기업과 기관들에 대한 컨설팅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미래가 기대된다. 특히 기업들의 폐기물 문제에 적극적으로 접근해 기업이 직접 ‘산업수반폐기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리싱크(recycle+synchronization)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이벤트를 자주 여는 회사는 올해의 현수막들로 내년도 기념품을 제작하고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회사는 사용 후 버려진 플라스틱을 이용해 건강용품을 제작, 지역아동센터에 건강프로그램과 함께 기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버려진 자원을 업사이클하는 것과 아예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는 리싱크가 확산된다면 폐기물 수출국이라는 불명예는 곧 벗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