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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폐기물, 디지털 코인으로 바꿔 차 한잔해요
윤찬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현장연구센터장 2018년 06월호



유럽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는 1950년대부터 쓰레기 재활용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자원이 부족했던 탓인데, 그 덕에 네덜란드의 재활용률은 유럽 최고 수준이다. 그렇다고 모든 시민이 재활용에 적극적인 건 아니다. 네덜란드 전역의 평균 재활용률이 51%를 기록했던 2010년, 암스테르담의 재활용률은 27%에 그쳤다.
2015년 1월 비영리 재단 씨티즈(CITIES foundation)는 재활용품 분리수거에 대한 시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웨이스티드 프로젝트(WASTED project)’를 시작했다. 시민들을 만나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굳이 왜 힘들게 쓰레기를 나눠서 버려야 하나”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이들은 보상과 교육, 손에 잡히는 성과물이라는 해법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플라스틱으로 시작했다. ‘웨이스티드 이웃(WASTED neighbour)’으로 등록하면 플라스틱 폐기물을 담을 수 있는 가방이 주어지고, 이 가방을 가득 채우면 보상으로 초록색 플라스틱 동전 하나(1coin)를 받게 된다. 이 동전으로는 동네 카페에서 차 한잔을 공짜로 마실 수도 있고 자전거를 고칠 때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교육도 제공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주민뿐 아니라 학교를 돌며 학생들에게도 플라스틱 오염의 위험성과 재활용의 의미를 꾸준히 알려나갔다. 또 플라스틱 폐기물로 ‘웨이스티드 블록(WASTED block)’을 개발했다. 여러 모양으로 이어 붙였다가 다시 떼낼 수 있도록 개발된 가볍고 단단한 조립식 블록이다. 플라스틱 재활용품이 실제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달간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약 250가구, 40여개의 가게들로 시작한 이 작은 프로젝트는 암스테르담시가 그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지금은 약 1만가구가 사는 암스테르담 북부의 절반으로까지 확대됐다. 처음엔 플라스틱만 수거했으나 지금은 종이와 유리, 의류도 모은다. 또 스텝들이 직접 일주일에 한 번씩 수거를 하러 다니던 방식에서 벗어나 시가 운영하는 재활용품 컨테이너를 이용한다. 스마트폰으로 컨테이너의 QR코드를 인식하고 재활용품이 담긴 가방을 사진으로 찍어 업로드한 뒤 컨테이너에 넣으면 된다. 그러면 계좌로 디지털 코인이 입금된다. 언뜻 보상체계로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부피가 큰 플라스틱 폐기물로도 일주일에 가방 하나(1coin)를 채우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하니 손에 쥐는 경제적 이익이 크지는 않은 셈이다. 게다가 교육을 받을수록 재활용품 소비가 줄어 경제적 이익도 줄게 된다.
통장에 쌓이는 디지털 코인은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재활용품 소비량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가령 한 달 동안 플라스틱을 모아 5코인을 얻었다면, 커다란 가방 5개만큼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또 재활용한 셈이다. 여기에 교육으로 얻은 지식이 더해지면서 소비습관도 달라진다. 그리고 이런 작은 변화들이 새롭게 맺어지는 관계를 타고 이웃들에게 퍼져가면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웨이스티드는 이 프로젝트의 참신함이 바로 “사람에 초점을 뒀다는 점에 있다”고 말한다. 즉 “공동체의 활성화와 참여를 통한 확장 가능한 해법이라는 점이 프로젝트의 중심축”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모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은 무려 4,930kg에 달한다. 2017년 4월 기준 공동체 안에서 10가구 중 8.3가구가 참여하게 됐고, 52%가 이 프로젝트로 플라스틱 폐기물 분리를 시작했다. 또 77%가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고 96%가 자신의 소비를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답은 언제나 시민과 공동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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