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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종자 2,300종, 1만7천점 확보…대중화·보급화에 힘쓸 것”
김수영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야생식물종자은행 농업연구관 2018년 08월호




생물자원의 주권을 인정하는 나고야의정서가 8월부터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앞으로 식물 종자가 가진 경제적 가치는 더욱 높아질 일만 남은 셈이다. 치열한 ‘종자전쟁’ 속에서 우리 역시 자생종을 찾아내고 보존하고 자원화해야 할 터. 이에 대한민국 종자 지킴이, 국가야생식물종자은행을 직접 찾아갔다.


국가야생식물종자은행(이하 종자은행)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우리나라 야생식물의 ‘보존’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목적으로 지난 2014년 10월 문을 열었다. 2020년까지 2만점의 종자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야생식물의 종자 다양성 확보와 안정적 보존, 종합적 연구, 품질관리에서 증식까지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생각보다 연혁이 짧다.
개소는 2014년 10월에 했지만 종자은행을 만들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은 2010년부터 들어가 하나하나 계획을 세워나갔다. 어느덧 8년이 흘렀다. 2010년에 처음 시작할 때는 종자은행이라는 것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일단 자원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고 이에 우리나라를 경상권, 전라권, 제주권 등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눠 많은 연구자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종자를 받거나 채집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종자가 확보된 뒤에는 증식과 복원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종자발아실험, 증식실험 등을 통해 산업계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며 사업을 점차 확대했다.


종자를 채집하기 위해 직접 다니기도 하나.
물론이다. 전국에 안 다닌 곳이 없다. 어떤 종자들은 산꼭대기에 올라가야 채취가 가능한 것도 있고, 계곡을 지나야 발견되는 종자들도 있다. 특히 희귀 종자는 대부분 야산이나 산림이 우거진 숲속에 있다. 험난하다(웃음). 심지어 나무 꼭대기에 있는 종자를 얻기 위해 지프차 위에 올라가서 따기도 했다. 땀과 노력으로 모은 소중한 종자자원이다. 

 
현재 확보된 종자 규모와 사업 진행상황은?
대략 2,300종, 1만7천점 정도를 확보했다. 참고로 지역이 다른 곳에서 종자를 채취하면 ‘점’으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민들레를 서로 다른 지역 10군데에서 채취하면 1종인 동시에 10점이 된다. 현재는 야생식물 자원의 보존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넘어 종자자원의 대중화와 보급화를 꾀하고 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종자자원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제주 황근(노랑무궁화), 전주 물꼬리풀 등이 협력사업의 대표적 성과다. 최근에는 충남 아산시의 도랑살리기와 연계해 마을 도랑 및 습지에 자생식물 3종을 심었다. 이를 통해 수변구역 환경을 개선하고 생물다양성도 보전하는 동시에 아름다운 자생종 수변식물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종자은행을 통해서 종자를 분양받을 수 있나?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곳에는 종자를 소량 분양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회사나 화장품회사 같은 경우는 상용화를 위한 기반연구에 많은 종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소량으로는 일을 진행할 수 없다. 이런 회사들과는 시작 단계부터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며 종자를 제공한다. 많은 기업들이 자생종의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식물의 서식환경이 모두 다를 텐데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하다.
살아 있는 생명체로 증식이나 복원이 가능한 게 바로 종자다. 이런 종자들을 안정적·장기적으로 보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위해 종자은행에서는 온도와 습도를 제어한 특별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보존목적에 맞게 중기저장수장고(4℃, 40%)와 장기저장수장고(-18℃, 40%)에 보존해 증식 및 연구에 사용한다. 종자가 저장수장고에서 잠깐 잠들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생식물 복원 파트너십 사업’은 무엇인가?
교도소나 소년원 재소자들이 자생식물을 직접 재배해 증식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2년 환경부와 법무부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교도소와 소년원이 식물재배와 대량증식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현재 법무부 5개소(서울·청주·광주소년원, 영월·순천교도소)와 국방부 1개소(국군교도소) 등과 공동으로 추진 중인데 수용자들이 직접 종자를 발아하고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는 등 교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재소자이지만 나름 생물자원 보전과 활용에 기여한다는 만족감도 갖게 됐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이 이뤄지면서 자생식물 대중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우리가 종자를 보존하고 생물다양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도 점점 기후와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또한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과거에 비해 자연의 면적도 많이 줄었다. 보통 자생종을 흔한 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대로 가면 나중에 우리 후손한테 물려줄 게 아무것도 없을 수 있다. 지금 종자를 보존하고 증식하지 않으면 우리 후손들은 소중한 자생종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현재 있는 것이라도 보다 많이 확보하고, 연구하고, 보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생물자원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아직까지 우리는 생물자원 부국이 아닌 이용국 입장이다. 지금까지 사업을 운영하면서 느낀 것이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자원이 있는데도 수입해오는 종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경제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재배를 하지 않아서 혹은 조금 더 손쉽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수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생종을 제대로 키우고 보급하고 대중화해야 하는 이유다.

자생종을 제약,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소재로 활용하면 여러모로 좋지 않겠나. 현재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여러 기업들과 공동연구 및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량증식된 자원들은 연구기관, 산업계와 공동으로 생물산업 소재로 활용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생물자원도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다.


나고야의정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종자은행에서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이제는 종자를 확보하고 잘 보존하는 것을 넘어 대중화·보급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생종이 무엇인지,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모르는 게 너무 안타깝다. 국민이 됐든 바이오 산업계가 됐든 종자은행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종자정보, 실물 종자, 증식기술 등 종자은행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 기업들이 자생종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우리나라가 면적도 작고 식물도 많지 않다고 하는데, 사실 산이나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발밑이나 머리 위에 우리가 모르는 자생식물이 많이 있다. 소중한 우리 자원들을 많이 발굴하고 증식해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자생식물이 지천으로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혼자 힘으로는 힘들고 같이해야 한다. 우리 자생종, 많이 홍보하고 보급할 것이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권기대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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