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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 전성시대! “인내자본을 갖고 밀착해서 키워드립니다”
한상엽 에스오피오오엔지 대표 파트너 2018년 09월호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이하 소풍)는 그 개념조차 생소하던 2008년부터 쏘카, 텀블벅 등의 소셜벤처를 키워냈다. 2015년 12월 합류한 한상엽 대표는 오래전부터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져오다 ‘위즈돔’ 등을 설립한 창업가다. 소풍의 시드머니 투자를 받았던 창업자에서 액셀러레이터 대표로 변신한 그를 만났다. 한 대표는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더 이상 예전의 성장논리가 통하지 않게 된 지금이, 사회 문제의 양상도 다양해져 새로운 접근과 집단이 필요해진 지금이 바로 소셜벤처가 활약할 시대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소셜벤처 전문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소풍은 어떤 액셀러레이터인가?
소풍을 설명할 만한 키워드를 꼽아보면 소셜(social), 인내자본, 밀착이다. ‘밀착’은 말 그대로 밀착해 보육하는 것이고 ‘인내자본’은 투자회수를 강조하기보다 사회 문제 해결에 더 초점을 두는 것을 말한다. ‘소셜’은 사회 문제(social problem) 할 때의 소셜로, 우리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액셀러레이터다. 그래서 소셜벤처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갖고 있는지, 솔루션 자체에 혁신이 존재하는지, 수혜자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인지, 기업의 조직문화와 지배구조가 올바른지 등을 본다.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중에서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면.
우린 정말 밀착하는 액셀러레이터다. 정기 기수의 경우 ‘매일’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매니저당 2개 팀씩 맡는데, 출근해서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이들을 관리하는 거다. 현황을 체크하고 과제를 주고, 고민을 처리한다. 팀 입장에선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되는 또 다른 직원, 회사 밖에서 숲을 보며 조언해줄 수 있는 제3의 멤버가 생긴 셈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놀랍게도 팀이 자란다. 우린 소셜벤처들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을 덜어주고 싶다. 다른 벤처들은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들을 하는 거니까. 그래서 지근거리에 붙어 3개월 동안은 아주 밀착해서, 6개월은 조금 느슨하게 총 9개월을 인큐베이팅한다. 기수가 끝나도 비정기적으로 팀들이 원할 때마다 미팅을 갖기 때문에 아닌 말로 죽겠다 싶다(웃음).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니 많은 자료들이 공개돼 있더라.
그렇다. ‘공공재로서의 액셀러레이터’라는 우리 철학을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임팩툴(http://www.impactool.org)이다. 원래는 투자대상 기업에만 제공하던 템플릿과 가이드 포맷을 모두에게 공개해 1천명이 넘는 창업가들이 다운로드 받아 쓰고 있다. 누가 그러더라. 밑천 다 내놓으면 어쩌냐고. 그런데 그렇게 했더니 우리도 더 나은 걸 제공하기 위해 공부하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팀의 수준도, 나아가 생태계의 수준도 올라가더라.


액셀러레이터는 벤처를 보육하기도 하지만 투자자이기도 하다. 투자회수에 대한 고민은 없나?
통상 액셀러레이터들이 엑시트(exit·투자회수) 하는 데 5~7년이 걸린다. 그래서 국내에 좋은 액셀러레이터들이 드문 거다. 그동안 버틸 수 있는 자본력을 갖고 있어야 하니까. 하다못해 M&A라도 활성화돼 있으면 모를까, 이제야 케이스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한 단계다. 상장은 더 걸린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인내자본’이 우리의 철학이다. 회수보다는 지속 가능하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자기자본으로 투자하고 있고, 팀들에도 우리의 엑시트 계획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소셜임팩트(사회적 영향력)를 더 창출하기 위한 계획을 강조한다. 아이러니한 건 그렇게 하다 보니 팀들이 더 잘 성장한다는 거다.


투자기업의 생존율도 꽤 높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투자한 36개사의 생존율은 92%다. 대표로 합류한 이후에 투자한 회사는 22개인데, 후속투자 유치 비율도 40.9%이고 팀들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해서 수익률, 팀의 성장률이 떨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물론 우리도 투자자니까 나름 포트폴리오 전략이라는 게 있다. 사회적 가치나 솔루션의 성격에 따라 팀들을 관리한다.


어떤 팀들이 있나.
딱 꼽아 말하면 다른 팀들이 서운할 거다(웃음). 모두 각별하다. 발달장애인 교육을 목표로 하는 ‘동구밭’은 처음에 가져온 아이템이 수경재배였다. 그런데 수익 창출이 어려울 것 같아 우리 쪽에서 비누사업을 제안했고, 지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품질도 인정받았고 수출도 한다. 재난대응 훈련 툴킷을 만드는 ‘뉴베이스’도 국내에서 유일한 회사다. 학원차량 안전 문제에 착안해 통학차량 공유서비스(셔틀타요)를 제공하는 ‘에티켓’은 매출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는 결정임에도 최근 6세 이하 어린이 서비스를 중단키로 했다. 소셜벤처로서 깊이 고민하는 게 느껴지는 기업이다. 혁신기술이 돋보이는 ‘랩에스디’, ‘엘에스테크놀로지’, ‘엠지솔루션스’ 같은 테크 벤처들도 있다.


액셀러레이터의 문을 두드리는 창업자들에게 팁을 준다면?
어떤 사회 문제가 문제로 남아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굉장히 복잡하거나 거대하거나. 그러니 그만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역시 그만한 고민과 연구, 관련 분야에서의 경험 등 ‘전문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단순한 아이디어만으로는 어렵다. 두 번째는 실패에 익숙해지라는 것이다. ‘더 나은 실패를 하라’, ‘성공적인 실패를 하라’는 말도 있지 않나. 실패로 좌절할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새로운 가설을 수립하면 더 빠른 성공에 다가갈 수 있다. 끝으로, 자기 문제에서 시작해 철학을 갖되 시장도 사회 문제도 끊임없이 바뀌는 만큼 고객·사회와의 소통 속에서 ‘최고’가 아닌 ‘최적’의 해결점을 찾아가길 바란다.


소풍도 창업한 지 10년인데 업계의 변화를 체감하나?
액셀러레이터 수가 많이 늘었다. 정부 등록 액셀러레이터만 100개가 넘는다. 문제는 창업자 수는 그만큼 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거다. 결국은 액셀러레이터 간의 경쟁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액셀러레이터들이 해야 하는 일은 창업 이전의 단계로 가서 잠재적인 기업가들을 발굴·교육하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아닐까 한다.


정부도 액셀러레이터 활성화를 위해 나서고 있는데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리 팀들 중에 월경용품·정보 제공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수익금의 일부로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을 지원하는 ‘이지앤모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이 국내 최초로 월경컵의 식약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허가 획득과정, 수입업 신고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들어보니 소셜벤처가 사회 문제를 더 잘 해결하려면 정부가 발 맞춰 움직여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이슈였던 ‘깔창 생리대’ 기억하실 거다. 초반에는 지원대상자들이 주민센터에서 생리대를 직접 찾아가도록 했다. 수치스럽지 않겠나. 이런 경우 이지앤모어 같은 소셜벤처와 연계해 대상자들에게 포인트를 지급하고 원하는 물품을 마음껏 고르게 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소셜벤처를 정책 파트너, 솔루션 파트너로 바라봐주면 좋겠다.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결국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액셀러레이터가 아닌 창업가다. 그래서 창업가들이 더 주목받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창업은 혁신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이지만 실패 확률도 높다. 사회적 기업가의 회사는 망할 수 있겠지만 그들의 삶은 망하지 않길 바란다. 이를 위해 사회적 안전장치들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에 대해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그렇게 할 때 사회혁신을 위한 시도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양은주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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