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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기, 고립의 섬에서 나를 구원하다
임보경 북클럽 위리더즈 멤버, 우정사업본부 주무관 2018년 10월호



외딴섬 세종. 2014년 12월 처음 온 세종은 낯설기만 한 곳이었다. 회사 동료 말고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방 한 칸 오피스텔에서 지내면서 주변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자다가 옆집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무서워 문단속을 다시 하게 되는 그런 곳이었다. 취미가 독서인지라 방구석에 처박혀 혼자 책을 읽으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주말이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를 읽고 자려고 누웠는데 ‘아, 이러다가 내가 죽어도 정말 아무도 모르겠구나’ 하는 고립감과 두려움이 마음을 짓눌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인터넷을 뒤져 오프라인 모임을 몇 개 찾아냈다.
또래끼리, 취미가 같은 사람끼리 모인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회사 업무 말고 대화를 할 친구가 있다는 것이 방구석 고립에서 나를 구원했다. 그중 최고의 모임은 독서모임이었다. 매주 모임에서 정해주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모임에 나갔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매번 놀랐다. 운영진과 모임 리더가 숙고해 고른 양서를 매달 4권씩 읽는 보람 있는 나날이었다. 선정된 도서의 절반 이상은 나 혼자서는 절대 펴보지 않았을 책들이었다. 독서모임을 통해 평소 고리타분하고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하지 못했던 고전, 역사, 철학책을 섭렵하는 등 오랜 독서편식도 고쳐졌다.
그런데 야근과 회식으로 평일 저녁 모임시간을 맞추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바쁜 업무로 일주일에 한 권 읽는 것도 부담스러워진 거다. 더 큰 아쉬움은 지정도서를 읽느라 정작 내가 읽고 싶은 책은 못 읽는다는 것. 책을 다 못 읽고 독서모임에 참석하는 경우도 생겼고 그러다 보니 즐거움과 만족감이 떨어졌다. 퇴근 후 또는 주말의 독서란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겠지만 보통의 경우 부담과 무거움일 것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독서모임은 무엇일까, 책을 미리 읽지 않아도, 특별히 준비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는 독서모임은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방법을 찾아냈다.

일요일 오후 3시가 되면 읽을 책을 한두 권 들고, 약속된 카페로 나가 좋아하는 음료를 산다.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하고 둘러앉아 책을 읽는다. 읽다 만 책, 집에서 잘 안 읽히는 책, 요즘 관심 있는 책 등 책을 고른 이유와 장르도 다양하다. 그날 읽은 내용을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3시간이 훌쩍 지난다. 집에 돌아가면 휴일 오후를 알차게 보냈다는 뿌듯함은 덤으로 얻는다. 타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 서로 다른 책을 읽어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나의 지식과 다른 이가 일러주는 지식이 연결되는 순간은 너무 재미있어 저절로 손뼉을 치며 기뻐하게 된다. 온라인 광고가 아닌 실제로 읽은 사람들의 책 추천이 더 좋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정도서를 읽고 생각 나눔을 하는 모임은 횟수를 줄여 한 달에 1~2번씩은 참석하고 있지만, 이런 부담 없는 헐렁한 독서모임은 평생 하는 것이 내 꿈이다.
혼자 읽다가 이해가 잘 안 돼 고개를 갸웃거린 경험이 있다면, 혹은 읽은 책에 대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주말에 집에서 오랜만에 책 좀 읽어야지 하고 소파에 앉았다가 30분도 안 돼 잠들어버린 적이 있다면, 독서클럽에 한번 참석해 보시라고 자신 있게 권해드린다. 독서는 혼자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 오래오래 꾸준히 읽고 싶다면, 이제 함께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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