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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거든 그가 읽는 책을 보라
정은숙 ‘2018 책의 해’ 집행위원장, 마음산책 대표 2018년 10월호





독자 선물로 만든 작은 파우치에는 이런 분홍 글귀가 찍혀 있다. “A book is a dream that you hold in your hand.” 책이란 손안에 쥐고 있는 꿈이라고. 영국 작가 닐 게이먼(Neil Gaiman)의 사랑스럽고 의미 있는 말을 새겨보고 싶었다. ‘2018 책의 해’ 행사장, 그리고 매달 마지막 금요일 자정까지 문을 열고 독자를 기다리는 100여개의 독립책방, 이른바 ‘심야책방’에 들른 독자들은 이 파우치를 얻는다.
파우치라는 흔한 물건이 뭐 대단하겠냐마는 책을 좋아한다는 건 말 한마디의 소중함을 안다는 것. 기억에 남을 말이 새겨졌다면 다를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 파우치가 올해의 책 행사, 올해 만난 책과 관련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책은 어떤 계기로 찾아와 생물체처럼 사람 곁에 머물며 대화하며 함께 살아간다. 생물체는 숨 쉬고 성장하는 것이자 곁에 뭔가 있다는 존재감을 주는 것이다. 사람과 책이 사이좋게 꿈을 꿀 수 있다면 외로움, 낮은 자존감, 상실감, 그리고 박탈감 같은, 언제부턴가 병이라 일컫는 그런 불안정을 쉬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2018 책의 해’에는 누구나 ‘책을 만날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
일상은 거의 습관의 힘으로 이뤄져 있다. 심지어 의식주도 의도적으로 판단하는 일보다 무의식적으로, 하던 대로, 몸에 밴 취향대로 따르기 쉽다. 몸에 좋은 태도와 습관을 기르는 것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정도다. 건강에 매우 좋은, 삶의 질을 바꾼다는 운동을 꾸준히 하자고 결심했다가 금세 시들해진 경험이 누구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운동 습관을 들인 사람들의 특징은 공통적으로 ‘이기적인 즐거움’을 찾아내고 주위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큰 결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일상이 허용하는 만큼,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가 즐거울 수 있을 만큼 무리한다. 그러면 그 기운이 어느새 주변에 번져가곤 한다.
책읽기의 습관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일단 책을 생활의 행동반경 안에 둬야 한다. 결심하고 집중해서 책을 읽겠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침대 머리맡에 가볍게 읽기 좋은 책, 식탁 앞에는 실용적이고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책 두어 권, 무엇보다 가방에는 틈이 생기면 언제든 읽을 수 있도록 책 한 권 정도 넣고 다닌다. 몇 페이지만 읽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저자가 왜 이런 문장을 썼는지 마음을 나눠 가지고 싶다는 심정으로. 더 좋기는 책을 읽고 인상적인 부분·요점·메시지를 메모하거나 감상을 적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필기하는 순간 그 문장은 손가락을 타고 올라와 마음에 그대로 앉는다.
무슨 책을 읽는지 안부 인사처럼 주고받으니 상대가 어디에 관심을 두는가에 자연히 관심이 생긴다. 그를 조금이나마 더 알았단 생각이 든다. 아마 내가 읽는 책도 누군가에게 날 알려줄 것이다. 그러다 책이 겹치면 인간관계는 또 다른 가능성을 띨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는 것, 그건 아직은 손안에 쥔 꿈같은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인생이 무게를 덜고 반짝거리는 느낌이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거든 그가 읽는 책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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