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 조만간 길거리를 가득 메울 소리는 바로 구세군이 흔드는 종소리다. 하지만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이 종소리가 이젠 마냥 달갑게 들리지는 않는 모양새다. 실제로 통계청의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해 동안 기부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011년 36.4%에서 26.7%로 감소했다. 향후 기부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 역시 41.2%에 불과했다. 2011년 45.8%에 비해 하락한 수치다. 이는 ‘기부’라는 단어가 가져오는 무거움과 잃어버린 신뢰 탓으로 보인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5년과 2017년 ‘기부를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꼽혔다. 하지만 비율은 다르다. 2015년에는 63.5%였지만, 2017년에는 57.3%로 감소했다. 오히려 ‘기부에 관심이 없어서’라고 대답한 비율이 2015년 15.2%를 차지했다가 2017년 23.2%로 8%p 늘어났다. 일부 단체나 개인이 기부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기부에 대한 무관심과 부정적 인식은 더욱 퍼졌다. 이런 수치가 올 연말에도 지속될까. 요즘의 추세를 보면 아직 희망은 있어 보인다. 새로운 형식의 기부활동이 등장하면서 얼어붙은 이들의 마음도 조금씩 녹고 있다. ‘퍼네이션(Funation)’은 재미(fun)와 기부(donation)를 합친 신조어로 재미를 느끼면서 기부에 동참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의 기부 형태와 다른 점은 재미다. 마치 하나의 놀이를 하듯 부담 없이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연예인’과 ‘일상화’가 있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참여한 대표적인 기부 챌린지는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이자 가수인 션으로부터 활성화된 ‘아이스 버킷 챌린지’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머리에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행한 사람은 세 사람을 지목해야 하고, 지목받은 이는 24시간 이내에 챌린지를 실시하거나 일정액을 기부해야 한다. 지난 10월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아 모티바코리아와 대한암협회가 함께한 사회 공헌 캠페인 ‘모티바 핑크 챌린지’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이 캠페인에서는 지목을 받은 이가 운동 인증을 하면 게시물 한 건당 1만원이 기부금으로 책정된다. 직접적인 금전의 접촉 없이도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매년 진행하는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 이용자의 걸음 수만큼 일정 금액의 후원금이 쌓이는 ‘건강기부계단’ 등이 그 예다. 이처럼 놀이를 하듯 즐기는 기부활동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어 금전적으로, 심리적으로 부담 없이 다가설 수 있게 한다. 게다가 멀게 느껴지는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기부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모두가 함께한다는 동질감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일상 속으로 스며든 기부활동은 딱딱하고 낯선 기부의 장벽을 부순다. 물론 실제적 행동은 하지 않고 무언가 바꾸려고 하는 ‘슬랙티비즘(Slacktivism; 게으른 사회운동)’에 빠질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기부에 대한 인식 변화 그 자체만으로도 ‘퍼네이션’의 가치는 이미 실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