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울 때 일이다. 늦은 밤이면 구두를 신지 않고 맨발로 걸어가곤 했다. 사람이 보이면 다시 신고 벗고를 반복했다. 구두가 너무 오래되고 낡아 이렇게라도 아껴 신어야 했다. 그런가 하면 종이에 ‘1억원’이라고 적어 지갑에 넣고 다녔다. 우습겠지만 얼마나 든든하고 위안이 되는지! 전에는 나 자신을 위해, 지금은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어려운 이웃과 가정을 위해 ‘1억원’ 아니 그 이상을 만들어야 한다. 연탄은행은 2002년 민간운동으로 시작해 원주, 서울 등 전국 31개 지역에 세워졌다. 가정형편, 생활정도 등을 살펴 매년 사랑의 연탄을 지원할 가정과 대상 등을 심의해 겨울 내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무료로 연탄을 지원·배달한다. 현재 전국의 연탄사용 가구는 15만가구인데 이 중 10만가구는 절대빈곤층으로 고지대 달동네나 도시 빈민지역에 거주한다. 월소득도 25만원 미만이어서 연탄 한두 장 사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평균연령도 팔십이 넘어 일은 고사하고 노인성 질환 등에 시달려 추위에 민감하다. 그런데 실물경제도 어렵고 사회분위기가 가라앉아서인지, 유독 사랑의 연탄 후원이 예전 같지 않다. 서울연탄은행의 경우 지난 10월 초 1,200장으로 ‘평화와 사랑의 연탄 300만장 나누기운동’을 시작했는데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해보니 후원이 약 30% 감소했다. 이 중 개인보다 기업, 공공기관 등의 기부가 2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연탄은행은 시작부터 비상이다.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후원요청을 했지만 “경기도 어렵고 고용도 악화되고 있으니 좀 기다려 달라”는 답변이 많아 이러다가 기부문화조차 위축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현재 연탄은 장당 700원으로 어떻게 보면 껌값도 안 된다. 그런데 몇백 원 하는 돈조차 부담이 돼 연탄을 구입하지 못하고 추위와 싸우며 냉방에서 지내야 하는 이들이 많다. 정부의 책임도 크지만 사회적 온정과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사실 연탄 서너 장만 있으면 하루 종일 방안을 따뜻하게 할 수 있고 밥도 한다. 물을 데워 빨래도 하고, 연탄재를 길에 깔면 연탄길이 된다. 어떻게 보면 연탄처럼 없는 사람들에게 효자노릇 하는 것도 없다. 그런데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연탄가격을 15% 정도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어르신들은 “연탄이라도 때며 살려고 하는데 죽어라 죽어라 하는구먼~, 연탄이 아니라 금~탄이야”라며 하소연을 하신다. 정말 연탄조차 금~탄이라니! 기름은 너무 비싸 살 수 없고 연탄은 하루 4~5장 들어가니 한 달이면 150장이다. 10월부터 4월까지 때니 적어도 1천장 정도는 있어야 된다. 사실 이 돈도 적지 않다. 몸은 아프고 나이는 들어 한다는 일이 파지수거 정도인데, 700원 하는 연탄이지만 다달이 150장씩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또 연탄가격마저 오른다 하니! 김치가 금치이듯 연탄도 금~탄이 되고 있다. 한 해 말미에서 정말 연탄 한 장이 아쉽다. 오늘도 연탄 한 장이라도 더 보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화하고 찾아오시는 어르신들! 그분들이 추위에 내몰리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이다. 어려운 이웃과 공감하는 일이야말로 진정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