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코스피가 2,600p를 돌파할 때만 해도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만 같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기업 가치에 비해 한국 기업들의 주식가격이 저평가돼 있는 현상)’가 드디어 해소되는 기회를 맞이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낙관적 기대와 달리 2018년 주식시장은 전년도 상승 폭을 반납하고, 한때 코스피 기준 2천p를 밑도는 급락을 겪었다. 2019년 코스피의 회복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하락 원인과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이들은 그 이유로 미·중 무역전쟁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영향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 수출은 계속 성장세였고 상장기업의 이익 성장도 이어졌다. 따라서 2018년 코스피 하락은 다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두 가지를 주목하고 있다. 첫째, 글로벌 투자자산 대비 상대적 매력이 떨어진 것에 이유가 있다. 거래소 상장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00조원, 150조원에 육박한다. 미래 추정이익에 기초한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를 밑돌아 저평가 상태가 뚜렷하다. 그런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기조가 계속돼 미국 장기 국채수익률이 상승하며 주식 대비 채권에 대한 저평가 매력이 강화됐다.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채권의 매력이 강화되니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투자자산에서 투자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2019년엔 달리 생각해볼 수 있다. 선진국 우량 채권금리가 안정되면 글로벌 주식시장의 상대매력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2019년 코스피 회복의 열쇠는 미국 국채수익률의 변화에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소멸과 부활이다. 2018년 상반기에는 코스피의 저평가 매력이 소멸됐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명목GDP는 약 1,700조원을 상회했다. 그런데 코스피 시가총액 역시 1,700조원에 근접하며 괴리율이 축소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역사적 증시 고점으로 불리던 2007년과 2011년 이미 두 차례 발생했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이 명목GDP를 뛰어넘어 프리미엄을 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이 요구된다. 경제의 안정성, 배당성향 확대 등 선진 증시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2018년 코스피 부진의 원인을 알았으니 회복 가능성의 답을 예상해볼 수 있다. 경제와 금융의 괴리가 심화됐기에 저평가 매력이 부활한 것이다. 과거 역사적 증시 고점을 기록한 후 2천p까지 밀렸던 2007년과 2011년의 영업이익은 각각 90조원과 130조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200조원까지 레벨업이 됐다. 안정적인 상승국면을 낙관할 수는 없겠지만, 적정 지수 수준으로 정상화되는 되돌림은 충분히 가능하다. 오히려 고민은 적정 지수로 회복된 후 방향성을 잃고 정체되는 국면의 시작이며 이 점을 대비해야 한다. 주식시장은 경제의 그림자라고 볼 수 있다. 경제 실체의 변화는 크지 않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림자는 짧아질 수도 길어질 수도 있다. 지금의 코스피는 우리 경제의 본질과 비교할 때 너무 짧아진 그림자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상당 기간 코스피는 적정 지수를 맴도는 순환자산의 성격이 짙어질 것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