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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인간답게…‘좋은 죽음’이 가능한 곳
김유리 가톨릭평화방송 기자 2019년 02월호



죽음은 두렵다.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두렵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평생 죽지 않을 것처럼 산다. 두 가지 죽음이 있다. 좋은 죽음과 나쁜 죽음. 중환자실에서 기계에 둘러싸여 떠나는 죽음은 나쁜 죽음이다. 반면 좋은 죽음은 마지막까지 인간답게 살다 가도록 해준다. 취재차 대만에 가서 만난 국립성공대 차오크스(72) 교수가 강조한 말이다. 그는 대만에 호스피스 개념을 들여온 간호사 출신 교수다.
2015년 영국 이코노미스트 연구소(EIU)가 발표한 ‘죽음의 질(Quality of Death)’ 조사에서 대만은 아시아 1위, 전 세계 6위를 차지했다. 대만은 호스피스가 잘 정착된 나라 중 하나다. 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호스피스를 받는다.
대만 맥케이 호스피스센터에는 3가지가 많다. 의료진과 푸른 정원, 그리고 이야기 소리다. 활기가 넘치는 병원 분위기에 놀라고, 환자보다 더 많은 의료진에 다시 한 번 놀란다. 병상 32개에 간호사 32명. 환자와 간호사의 비율이 1:1이다. 의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도 5명을 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1명이 환자 20명을 돌본다.
좋은 죽음을 맞는 대만의 비결은 뭘까. 답은 평소에 적극적으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교육을 받는다. 의사와 간호사에게는 호스피스 교육이 필수다. 차오크스 교수는 “이런 문화와 제도를 뿌리내리는 데까지 3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대만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말기 암 환자였던 김길자 할머니(82 · 가명)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항암치료를 받았다.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호스피스를 알게 됐다. 할머니는 경기도의 한 호스피스 기관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고통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호스피스는 통증을 줄여주는 완화의료를 기본으로 한다.
본격적인 호스피스가 시작되는 건 육체적인 고통이 어느 정도 사라진 뒤다.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영적 상담자 등으로 구성된 호스피스팀이 환자를 보살핀다. ‘병’이 아닌 ‘인간’을 돌보는 게 호스피스의 핵심이다. 호스피스팀은 그동안 병을 치료하기 위해 뒷전으로 밀렸던 환자의 자유와 존엄을 최대한 존중한다.
다음 단계는 인생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김 할머니는 호스피스 간호사에게 가족과 화해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환자마다 자신의 삶에서 정리해야 하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솔루션도 맞춤형으로 들어간다. 한 달 뒤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편안한 죽음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잘 살려면 호스피스는 필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암 환자는 임종 전 한 달 동안 전체 치료비의 3분의 1을 쓴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데도 CT, MRI 등 각종 검사와 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이런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들어갈 병원이 부족하다. 현재 호스피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은 84곳, 병상은 1,358개다. 말기 암 환자의 22%만이 호스피스를 받고 떠난다. 병원에 자리가 날 때를 기다리다가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
서울 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이용주 교수는 “호스피스는 인간의 기본 권리”라고 강조한다. 누구나 편안하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말기 상태에서 치료를 받을지 호스피스를 받을지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줄이고 일상생활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인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오늘 하루가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어떻게 보낼까. 인생을 정리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 그 하루는 선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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