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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계약, 종활(終活) 연하장, 우주장 서비스…日, 종활산업 규모 연 50조원
김진우 경향신문 편집국 차장, 도쿄 특파원 2019년 02월호




“새로운 해를 맞아 묘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까?” 올 1월 일본의 신문 전단지에서 자주 눈에 띄었던 광고 문구다. 실내에 유골을 안치하는 도시형 납골당을 광고하는 전단지다. 새해를 맞아 직접 납골당을 둘러보고 생전에 계약할 것을 권하는 것이다.
자신이 묻힐 납골당이나 묘지를 둘러보는 것은 ‘종활(終活;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의 대표적인 사례다. 벚꽃이 만발하는 봄이 되면 장례시설이나 묘를 둘러보는 ‘종활 버스투어’라는 여행상품도 등장한다. 같은 납골당이나 수목장에 안장될 사람들끼리 생전에 어울리는 무덤 친구인 ‘묘우(墓友)’라는 말도 생겼다. 
‘노인대국’ 일본은 지난해 9월 70세 이상 노인이 2,61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7%를 차지했다. 65세 이상은 3,557만명으로 전체의 28.1%에 달했다.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2015년 592만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주변을 정리하는 종활은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관련 산업도 성행하고 있다. 2012년 일본 북부 홋카이도에 종활전문단체가 처음 생겼고, 2014년엔 최초의 종활전문잡지 『소나에』가 선을 보였다. 언젠가 맞이하게 될 죽음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취지지만, 이웃은 물론 자식에게도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일본 특유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일본에선 장례 절차, 연명치료 · 장기기증 여부, 간병시설 입소 여부, 재산 상속 문제, 가족 · 친구들에게 남기는 말 등을 담은 ‘엔딩 노트’나 ‘종활 노트’를 기록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이런 엔딩 노트를 배포하거나 종활 상담을 해주는 지방자치단체도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종활 연하장’이 유행했다. 70세 전후의 노인들이 ‘올해로 연하장 보내는 걸 그만두겠다’고 매년 써온 연하장의 ‘청산’을 알리면서 그간의 호의에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것이다. 연하장을 쓸 기력이 쇠한 탓도 있지만, 갑작스러운 변고로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미리 주변을 정리하겠다는 뜻도 있다.
2017년 11월에는 ‘생전 장례식’이 열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건설기계업체 고마쓰의 안자키 사토루 전 대표는 말기 암 진단을 받았으나 연명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하고, 신세 진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면서 ‘생전 장례식’을 신문에 광고로 알렸다. 이에 약 1천명의 관계자가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생전 장례식을 치렀다.
종활산업은 점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변의 물건들을 미리 대신 정리해주는 생전 정리나 신원보증과 간병부터 화장이나 납골까지 대신해주는 생전 계약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고독사 보험’도 나왔다. 독거노인이 임대주택에서 홀로 사망할 경우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고 주택 정리에 비용이 많이 들어 이에 대한 집주인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최근에는 유골재를 캡슐에 넣어 로켓에 탑재해 우주에 보내는 ‘우주장(宇宙葬) 서비스’도 주목을 끌고 있다. 우주공간을 몇 분 비행한 후 대기권에서 타버리는 ‘우주비행 플랜’, 인공위성에 탑재하는 ‘인공위성 플랜’ 등을 제공하고 있다. 묘에 QR코드를 붙여 증강현실(AR)을 통해 고인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까지 생겨났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런 종활산업 규모가 연간 5조엔(약 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8월 도쿄에서 열린 제5회 엔딩산업전에는 2만4,972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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