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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프’였던 나의 스마트폰… 앱 지우고 알람 끄고 멍 때렸다
양은주 나라경제 기자 2019년 04월호



‘한 달 무료’에 혹해 얼마 전 가입한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에는 ‘취향분석’이라는 메뉴가 있다. ‘빅데이터를 쓸데없이 이런 데 쓰는군’ 하며 클릭해보니 세상에나 그간 194시간을 시청했다고 한다…. 1만1,640분, 아니 너무 많아 보이니 8.08일이라고 해두자. 그 시간을 드라마, 예능, 영화 보는 데 썼단다. 그것도 컴컴한 밤 스마트폰으로. 다급하게 스마트폰 중독 자가진단을 해봤는데 의외로 중독은 아니란다. 휴, 가슴을 쓸어내려 놓고도 동영상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삭제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고백컨대 지금 쓰는 기사가 아니었다면 중독성 강한 앱과 즐겨 찾지 않는 ‘즐겨찾기’ 목록, D드라이브 깊숙이 저장된 쓸데없는 파일들은 결코 버려지지 않았을 거다.
디톡스를 해보겠다고 나섰지만 막막했다. 평소 이용하는 디지털기기인 스마트폰도, 아이패드도, PC도 모두 포화 상태. 원칙부터 세웠다. ‘정리-거리두기-휴식’이라는 대전제를 두고 실천 목표를 정했다.


1. 스마트폰, 태블릿에서 6개월간 안 쓴 프로그램 삭제
2. 스마트폰 휴식·중독방지 앱 활성화
3. 오후 7시 이후 스마트폰 메시지 등 알람 꺼두기
4. 스마트폰에서 이메일·페이스북 계정 로그아웃
5. 잠자리에 스마트폰 가져가지 않기
6. 하루 10분 디지털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멍 때리기


대부분이 그렇듯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이 관건이었다. 메인화면 3페이지에 걸쳐 중구난방 깔려 있는 100여개의 앱 중에서 최근 6개월간 쓰지 않은 것을 지우고 사용 빈도 순으로 정리했더니 40여개가 남았다. 이름만 봐서는 뭔지 알지도 못하는 앱이 부지기수였고 기능이 비슷한 메모 앱만 7개, 쓰지도 않는 카메라 앱이 5개였다. 채팅 앱도 정리했다. 업무상 단발적으로 연락한 사람, 이제 연락할 일 없는 사람, 각종 기업의 알림까지, 62개의 채팅창을 삭제하고 방해금지모드를 켜뒀다. 서브로 쓰는 아이패드는 앱을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초기화를 했다.
정리가 끝나고 거리두기의 단계로 넘어왔다. 휴면 상태이던 ‘포레스트(Forest)’ 앱을 켰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만큼 가상의 숲을 만들 수 있고, 보상으로 실제 나무를 기부할 수 있는 앱이다. 스마트폰 휴식을 위한 앱은 허용시간 지정, 앱 차단 등 기능도 종류도 다양하다. 양대 운영체제(OS) 제조사인 애플과 구글도 ‘스크린타임’, ‘디지털 웰빙’이라는 관리 앱을 내놨을 정도니 자신의 사용 패턴에 따라 고르면 된다. 거리두기 단계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잠자리에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않는 것! 스마트폰 보관함을 마련해 자러 가기 전 넣어뒀다.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잠들다니! 전자파가 없어서였을까, 어쩐지 아침이 상쾌하다.
본격 휴식의 단계, 그냥 하면 되는 줄 알았던 ‘멍 때리기’가 복병이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어 점심식사 후 회사에서 해봤다. 자꾸 키보드에 손이 가고 좀이 쑤신다. 답답해서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라는 책까지 찾아 읽어봤다. 멍도 못 때려 책을 읽고 배워야 한다니, 한심한 현대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책에는 멍 때리는 방법이 체계적으로 나와 있진 않았지만 하루 동안 사진을 찍지 말라, 페이크케이션(fakecation)을 떠나라 등 ‘지루함과 기발함’을 위한 7가지 과제가 디지털 디톡스의 또 다른 팁이 돼줬다.
사실 처음에는 주말을 택해 24시간 동안 디지털기기를 이용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실패했다. 각종 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가능했지만 부모님과 택배 아저씨의 전화는 피할 수 없었던 것! 스마트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해 댓글을 읽으며 잠드는 시대, 디지털을 극단적으로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의식하며 사용하고 사용체계를 만드는 일이 관건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는 것은 그토록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창의성’ 같은 미래 인재의 덕목이라고 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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