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검사 덕에 조기에 방광염을 치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잠혈이 미량 검출돼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결석 초기 증상이 보여서 사료를 처방식으로 바꿨어요”. 모바일 반려동물 소변검사 키트 ‘어헤드(Ahead)’를 사용한 고객들의 평가다. 예민한 반려동물을 케이지에 넣어 동물병원까지 데리고 갈 필요 없이 집에서 소변을 묻힌 시약막대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기만 하면 된다. 이 키트는 출시 1년여 만에 15만개가 팔려나갔다. 어헤드를 개발한 핏펫(Fitpet)은 지난해 펫테크 기업 최초로 팁스(TIPS;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민간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데 이어 누적 투자액만 65억원에 이르는 유망 스타트업이 됐다. 14년 차 반려인이기도 한 고정욱 대표를 만났다.
반려견 제롬이가 창업 계기가 됐다던데.
제롬이가 요로결석에 걸려 수술을 받게 된 일이 있었다. 얼마나 심했냐면 배변패드에 올라가도 소변을 못 봐 낑낑댈 정도였다. 조금만 미리 알았다면 굳이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거여서 더 마음이 아팠다. 찾아보니 소변검사로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더라. 그때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쉽게 검사해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디어에서 그칠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수요에 대한 확신이 들었나?
활발히 활동하던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 반려인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반려동물 건강에 대해 걱정은 많지만 동물병원엔 잘 안 가더라. 시간, 비용 면에서 부담되고 믿을 만한 병원도 찾기 어려우니까. 우리나라 반려 강아지·고양이의 연평균 내진 횟수가 3회라고 한다. 대부분 사고·질병 등이 닥쳐서 병원을 찾는 거고, 예방이나 검진으로 가는 일은 드물다. 질병을 뒤늦게 발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걸 깨닫고 가능하겠다 싶었다.
어헤드로 어떤 질병을 미리 알 수 있나?
혈액, 케톤, 백혈구, 단백질, 당 등의 성분을 분석해 요로감염, 신장결석, 당뇨 등 10가지가 넘는 질병의 이상징후를 파악해 앱으로 알려준다. 소변검사를 동물병원에서 받으면 보통 3~7만원인데 어헤드는 패키지에 따라 개당 1만1,830원~1만9,500원(강아지용)으로 저렴한 편이다.
어헤드에 사용된 기술이 궁금하다.
케미컬 패드에 접촉해 반응을 일으킨다는 건 기존의 소변검사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걸 정확히 판독하는 데 딥러닝 기술이 들어간다. 지금까지 고객들이 등록한 수만 장의 이미지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면서 ‘이 정도 색상일 때는 어느 값’인지 알고리즘을 고도화해나가고 있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현재도 99.6%다.
동물병원계의 반응은 어땠나.
동물병원에 가서 받던 소변검사를 집에서 할 수 있게 했으니 파이를 뺏긴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어헤드의 본질은 질병을 진단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예방하고, 병을 키우지 않고 신속하게 동물병원에 가게끔 하는 거다. 이제는 그런 부분에 많이 공감을 해주셔서 협업하자고 제안해오는 동물병원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곧 수의사 상담기능과 주변 동물병원 추천기능을 더해 앱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실제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평이 많다. 나이나 병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2~3개월마다 검사해보길 추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23일에 한 번씩 검사하는 걸로 나온다. 권장한 것보다 훨씬 자주, 적극적으로 하고 계신다.
최근 강아지 비문(코 무늬)을 등록하는 디텍트 솔루션도 내놨는데.
스마트폰으로 반려견의 코 무늬와 얼굴을 찍어 신원을 등록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상용화 직전 단계로, 연내에 보험사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다. 펫보험에 가입할 때, 병원 이용 후 보상받을 때 디텍트를 통해 비문을 등록·조회하게 된다. 가입-보상 단계의 동물이 같은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될 예정이다.
강아지의 신원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거라면 동물등록제에 활용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는 동물등록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등록률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칩이 든 목걸이를 하거나 체내에 칩을 삽입하는 방법 등이 있는데 체내에 심는 경우 염증이 발생하기도 하고 목걸이형은 잃어버리는 일도 많다. 디텍트는 스마트폰 촬영으로 간편히 등록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동물등록제에 파급력 있게 활용하려면 이를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범사업을 하거나 표준으로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그 부분을 지금 준비하고 있다.
비문이 펫보험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동물등록제가 잘 안 되다 보니 겪는 문제가 많지 않은가. 유기동물 문제로 연 100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또 한국은 펫보험 가입률이 0.2%에 불과하다. 시장이 기형적으로 작다. 결국은 보호자들한테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는 거다. 그래서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보자 하는 마음도 컸다.
해외에 비슷한 활용사례가 있나?
아직 이를 활용한 사례는 없다. 영상처리 알고리즘, 딥러닝 중에서도 고난이도의 기술이 적용되고 전 세계 최초이다 보니 굉장히 치열한, 그리고 많은 R&D가 필요한 영역이다. 우리 직원 30명 중 15명이 개발자고 공학 석·박사 비율이 높은 것도 그래서다. 또 하나 문제는 데이터다. 데이터가 있어야 학습을 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습용 비문만 취득하는 팀을 구성해 동물병원, 봉사단체, 유기견단체 등을 통해 월 3~5천장 정도씩 데이터를 쌓고 있다.
해외 진출은?
해외시장이 훨씬 크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2015년 기준 일본이 약 14조원, 미국이 70조원 규모라고 한다. 어헤드로 올 2분기에 싱가포르 수출이, 6월 중으로는 미국에 적지 않은 수출이 예정돼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해외영업 담당자가 출국했는데, 동남아시아 하이퍼마켓들과 미팅이 잡혀 있다.
반려동물 관련, 관심 분야가 또 있나?
건강기능식을 비롯해 위생용품, 생활용품 전반을 아우르는 ‘반려생활’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1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수의사분들과 함께 자체 제작한 제품들이다. 재료도 국내산을 고집한다. 간식에 들어가는 고구마를 해남 농장에 직접 가서 수배해 생산공장에 보냈을 정도로 원재료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현장에서 펫산업의 성장세를 체감하는지. 전망은 어떤지 궁금하다.
분위기가 좋은 건 맞다. 그렇지만 업계 플레이어들이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거품으로 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펫시장이 약 2조원 규모라고 하는데 10조, 20조원까지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단,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들이 출시돼야 가능한 일이다. 아직도 한국의 펫시장은 용품이나 사료가 주도하는데, 마트에 가면 1천원에 6개짜리 중국산 간식이 워낙 많다. 고급화되고 혁신적이고 다양한 상품·서비스를 출시하려는 노력이 많아질 필요가 있다.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특정 정책 차원이 아니라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 특히 스타트업계는 한 달 전과 후가 다를 정도로 치열하고 빠르게 돌아간다. 때문에 규제나 정책에서 보완되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많다. ‘건의해도 이게 뭐 되겠어’ 하며 기대 없이 창구를 두드리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신속하게 의견을 취합하고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채널이 운용되길 바란다.
앞으로의 계획은?
중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해결하고 싶은 건 역시나 펫보험이다. 디텍트를 활용해 보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보험사들과 협업하고 있다. 어헤드와 디텍트를 토대로 장기적으로는 직접 미니보험사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양은주 나라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