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이 반려동물, 특히 개·고양이와 나날의 삶에서 맺고 있는 관계가 대폭 변화하고 있다. 법과 제도 그리고 사회 인식이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이제는 흔한 동물카페나 빈번히 이용하는 동물 미용실도 2018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영업 기준이 부과되기 전까지 아무런 규정이 없었다. 더 나아가 반려동물과 연관된 생활 양상은 더욱 확장돼 동물이 먹고 입는 것, 의료뿐 아니라 행동 교육, 호텔이나 동반 여행 혹은 숙박을 위한 복합 서비스산업이 생성되고 있다.
반려동물은 가족으로 자리매김됨을 넘어 가장 소중하거나 유일한 가족이 되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자녀에게나 배려하던 펫보험이나 펫유치원 같은 것들이 반려동물을 위해 아낌없이 제공되기도 한다.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의 활동 기금 중 큰 부분이 반려동물 앞으로 보호자가 남긴 유산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허황되게 생각되던 반려동물 유산 상속이 곧 우리 사회에서도 현실화될 조짐이다.
그런데 우리 곁 반려동물들의 삶의 실체는 많은 부분 아름답지도 안전하지도 않다. 펫숍에 진열돼 ‘주인’을 기다리는 아기 동물들은 사면 철장 속 어미로부터 태어나 어미와 강제로 분리된다. 반려동물을 ‘소모품’으로 여겨 함부로 구매하고 방치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다수 존재한다. 극단적으로는 사람들에 의해 버려지는 동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 문화 테러범들인 이런 사람들 때문에 고통받고 죽어가는 건 무고한 동물들이다.
우리 반려동물 문화는 화려한 겉모습이나 반려동물산업 확장에 대한 기대만큼 탄탄한 내실과 생명윤리의 토대를 마련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속내는 어떻든 반려동물 연관 산업은 확장 일로다. 국가부터 민간까지 ‘신사업의 기회’로 여겨 뛰어들고 있다. 이 틈바구니에서 동물은 산업의 ‘도구’로 무한히 이용된다. 이때 자기 방어권이 없는 동물들을 보호하는 것은 시민사회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시민들의 높은 책임의식과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 및 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반려동물 보호 정책은 시민의식의 근본적인 향상을 통한 생명권 존중과 괴리돼 있다. 학대 환경에 방치된 개들을 보호할 장치나 정책적 고민이 없다. 길고양이들의 보호 대책 또한 미비하기만 하다. 국민들의 반려동물 보호의식은 반려동물 문화 향상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국가가 거리에서 학대로 죽어가는 길고양이와 평생 뜬장에서 살다 도살되는 개들을 그냥 두고 동물을 산업 육성의 도구로 여기면서 국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반려동물 문화와 보호의식을 요구할 수 있을까.
반려동물과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서는 국민들로부터의 변화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개는 잡아먹어도 되는 동물로 인식하거나 길고양이들에게 이유 없는 혐오와 학대를 가하기도 한다. 동물을 반려하는 것 자체에 질시의 시선을 보내거나, 동물에 대한 이해 결여로 과도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반면 무책임한 방치 사육으로 주변의 원성과 피해를 유발하는 경우 또한 있다. 과도한 소음이나 배변의 방치 혹은 산책줄을 매지 않거나 동물을 건강하고 깨끗하게 관리하지 않아 혐오를 유발하는 경우까지 원인은 다양하다.
제도와 규범 속에서 대화와 협력으로 풀어야 할 사람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여기서 유발된 갈등의 책임을 동물들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태어나 살고 또 죽는 모든 과정이 인간의 손에 의하며 인간이 이름 붙인 ‘산업’의 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게 바로 반려동물들의 삶이다. 우리 사회는 이 동물들을 키우며 행복을 향유하는 만큼 이들을 배려하고 있는지, 모든 연관 산업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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