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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3년 차, 액티비티에 소질을 발견했어요”
김남영 부산관광공사 글로벌마케팅팀 대리 2019년 08월호

“하루 업무의 책임과 번뇌에서 벗어나 저녁의 삶을 향해 떠나보겠습니다!” 한 건강식품 광고에서 배우가 외치는 말이다. 다음 화면에서 그는 한강에서 유유히 노을을 보며 카약을 즐긴다.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더불어 ‘워라밸’은 최근 가장 핫한 키워드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했거나, 한창 일을 많이 하고 있을 2030세대는 과연, 정말 워라밸 하고 있을까? 부산관광공사 사내 서핑 동아리 ‘서프크루’의 일원인 김남영 대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2017년, 그는 여느 또래처럼 취업 준비에 매진했다. 중국학이라는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아보다가 중국 관광객을 많이 상대하는 부산관광공사를 택했다. 사기업은 웹툰 ‘미생’ 속 현실처럼 팍팍할지라도 공기업이라면, 생활패턴도 일정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서였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입사 초반에는 업무를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느덧 연차가 쌓여 일은 능숙해졌고 여유가 생겼다. 일만 잘하게 된다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았던 그에게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몰려왔다. 슬럼프가 온 것이다. “대리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유가 생겨 휴가를 냈는데, 정말 온종일 할 게 없더라고요. 하루를 온전히 보낼 취미가 없다는 게 서글프기도 했고 일 말고도 열정을 쏟을 뭔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관심을 가졌던 서핑에 도전해보기로 하고, 친한 회사 선배와 함께 사내 서핑 동호회 서프크루를 탄생시켰다. 매달 한 번 송정에서 정기 서핑 모임을 하고, 평일 저녁에는 수시로 비정기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서핑이라는 새로운 취미는 예상보다 더 그와 잘 맞았다. “사실 시간이 생기면 컴퓨터 게임을 주로 했어요. 볼링을 가끔 치긴 했지만, 운동에는 그다지 취미가 없었는데 서핑을 해보니 의외로 균형 감각도 좋고 액티비티에 소질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은 스탠드업 패들보드(SUP)를 주로 타지만, 곧 맨몸으로 하는 바디보딩을 마스터하고 싶어요(웃음).”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회사의 동호회 활동 장려와 동료들의 새로운 취미 탐색에 대한 니즈가 맞물려서일까. 서프크루에는 어느덧 23명의 회원이 모였다고 한다.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다가오는 겨울에는 서핑 말고도 스키나 겨울 낚시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기획 중이다.
같은 직장인으로서 평일 저녁 액티비티가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을까 궁금했다. “일하다 보면 ‘객관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껴요. 꼬인 문제는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당장 해결되지 않잖아요. 그럴 때 일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활동에 몰두하면서 재충전 하는 거죠. 몸은 조금 피곤할지라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게 되니까 업무 효율도 오르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며 돌아오는 길, 20대 후반에 새로운 적성을 찾았다고 기뻐하던 그의 해맑은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그러다 문득,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주말여행이 유난스러운 일이 아닌 게 됐듯 더 이상 평일 저녁 뭔가를 열심히 즐기는 게 취잿거리가 아닌 일상이 되는 미래를 꿈꿔봤다.

김세영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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