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많은 사람이 공항으로 모여들고 있다. 아마 바쁜 현실 속에서 더위를 피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함이 아닐까. 직업병인지 모르겠으나 필자의 경우 비행기를 타고 여행지에 도착할 즈음이면 언제나 드는 생각이 있다. 이 나라는 선진국인가 아닌가? 미래 성장가능성은? 그리고 그 가능성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수목의 우거짐과 물줄기로 가늠해본다.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는 그 나라의 국부를 대변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물은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수요 및 쓰임새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물산업이라는 말은 낯설지 않다. 본디 산업이라 하면 “인간의 생활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하기 위해 재화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생산적 기업이나 조직”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기업이 경쟁하는 경우 제품 또는 서비스를 공급하는 경쟁시장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게 볼 때 물산업이란 말의 형성은 물이 ‘경쟁’의 대상이 됐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물이 왜 경쟁의 대상이 됐을까? 첫째,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은 사용할 수 있는 양이 한정돼 있다.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인구 증가, 산업화, 생활양식 변화 등으로 물수요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물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깨끗한 음용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인구는 10억명에 달하며 2025년이 되면 전 세계 국가의 5분의 1(약 27억명)이 심각한 물부족 사태를 겪을 전망이다.
둘째, 물의 양은 지역별로 편차가 심하고 이동이 용이하지 않은 특성을 지닌다. 한 지역에서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홍수를 겪는가 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비가 오지 않아 밭작물이 타들어가고 먹을 물조차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셋째,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모여들고 있다. 도시화의 문제는 제한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거주하다 보니 그들이 이용하고 쏟아내는 하·폐수를 처리하기도 전에 하·폐수가 또 발생해 수질오염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물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관점에서 살펴봤는데, 물을 쓰임새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물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현대 경제사회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다. 따라서 공급자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공급해야 하고 이때 고품질의 물이 이용된다. 예를 들어 반도체, 화장품, 원자력 등의 산업에서는 단순히 시냇가에 흐르는 물이 아닌 초순수(특수 공정을 거쳐 수중 오염물질을 모두 제거한 물)를 필요로 한다. 그 결과 초순수 생산을 위한 엔지니어링 기술, 생산 설비를 이용해 초순수를 생산·공급하는 운영관리에 이르기까지 또 다른 고부가가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둘째,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물을 이용한 삶의 질 개선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 레저·관광이 선택적 소비가 아닌 현대인의 필수적인 생활양식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레포츠 등 관광자원으로서 물의 활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렇듯 소비의 증가와 수요의 다양화는 물의 산업적 가치를 높였고 그 결과 전 세계 정부 및 금융시장에서도 물산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물산업의 범위를 기존 상하수도 중심에서 물순환체계 전 과정으로 확대해 댐과 하천, 해수 담수화와 물에너지, 친수 등도 포함시켜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물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글로벌 물 전문지 GWI에 따르면 글로벌 물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7,252억달러이며 2020년까지 약 8천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특히 제품의 고품질화를 위해 이용되는 고품질 물공급 분야인 산업용수 시장은 원유 및 자원 개발 용수, 반도체산업 등 초순수 수요 등으로 연평균 3.9%의 성장이 예상된다.
물은 이제 자원으로의 가치를 넘어 비즈니스의 원천이 되고 있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물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