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물이 산업의 범주에서 다뤄지는 게 생소하고 어색했지만, 이제는 일반 대중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병물, 가정용 정수기 등 대중과 직결된 것뿐만 아니라 물의 산업적 가치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수원을 확보하고, 물을 수송하고, 먹는 물을 생산·공급하는 과정과 다시 사용한 물을 이송하고 처리해 배출하는 과정에 많은 산업이 연관돼 있고 첨단 기술들이 접목돼 있다. 물산업이 석유산업을 능가하는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불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에서 물산업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상업화는 매우 중요한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현재 물산업의 핵심 쟁점은 대체 수자원 확보와 안전하고 효율적인 수처리 기술 개발이다. 물부족 문제 해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체 수자원 확보 방법은 재이용과 해수 담수화다. 내륙지역에서 하·폐수를 재처리해 다양한 용도로 재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다. 바다가 인접한 지역에서는 해수를 담수화하는 것이 대안이며 이는 중동지역 등 담수가 부족한 곳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재이용과 담수화의 핵심 요소기술 중 하나가 분리막 필터를 이용한 여과 기술이다. 미세입자를 분리하는 다공성 분리막 필터에서부터 1나노미터(㎚) 이하의 녹아 있는 이온까지도 분리할 수 있는 고밀도 분리막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국내에는 미세입자 수준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을 보유한 물기업이 다수 존재하며, 국내외적으로 기술경쟁력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후발주자로 해외진출이 여전히 취약한데, 기술 검증과 적용 사례를 요구하는 해외 사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국가 차원의 사회기반 확충 및 개선 사업을 통한 기술 검증과 국내 시장 적용 확대가 절실하다. 이온성 오염물질을 여과할 수 있는 역삼투 분리막을 개발해왔던 한 국내 기업이 수년 전 일본 기업에 매각돼 최소 수백억원에 이르는 연구개발비와 인력이 투입된 기술이 한순간에 송두리째 넘어간 일이 있다. 자유시장경제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유일한 국내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다. 그 밖에도 담수화 기술로는 전기 축전 방식 탈염, 삼투현상을 촉진시켜 여과하는 정삼투 여과, 분리막 증류 기술 등이 시장 진입과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현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물산업에서 에너지 절감은 기술경쟁력의 정점에 있다. 한 예로 해수 담수화 세계시장에서 증류 방식의 담수화로 1등을 하던 우리 기업이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역삼투 기술에 밀려 현재는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물 재이용은 단순히 재이용수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폐수에 존재하는 유용한 성분과 에너지원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또한 상수원으로 어떠한 오염물질의 유입도 용납하지 않는 국민 정서로 인해 무방류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물산업에서 수질·수량의 모니터링, 운영 및 관리,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의 접목도 필연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환경부가 추진해온 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9월부터 가동하게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물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견인할 만한 인프라와 환경이 조성된다. 세계 물시장을 선도할 혁신적인 국산 분리막 여과 기술, 담수화 기술, 무방류 기술, 스마트 운영관리 기술의 개발과 적용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