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술자들에게서 “물도 산업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 곤혹스럽다. 이 질문은 전기, 가스, 교통, 통신이 산업인가 하는 질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물산업은 과도한 공공성 측면의 규제와 기술·산업에 대한 배려의 부족으로 오해를 받아왔다. 물산업을 ‘상수도 민영화’의 동의어로 이해하는 관리까지 있었으니 더 할 말이 없다.
물산업은 대한민국 GDP의 약 2%를 점하고 있다. 물산업 중 상하수도 분야는 직접 고용인원만 3만여명에 달하고, 물 관련 서비스업과 제품제조업까지 포함하면 약 12만명의 종사자가 직·간접적으로 물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2015년 기준). 물산업은 마실 물과 공업용수 공급, 그리고 사용한 물인 하·폐수 처리가 주된 분야다. 그리고 물의 재이용과 국토의 물환경 관리 등 방대한 분야에 대한 기술과 시설 등을 건설하고 유지·관리하는 일이다. 요즘은 생수 공급과 가정용 정수기 같은 것도 중요한 사업 분야로 꼽힌다.
이러한 물산업의 외형적 규모에 비해 법제도적 관리가 미비한 것을 절감한 정부는 「물관리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물산업진흥법」)을 2018년 제정해 본격 육성하고 있다. 「물산업진흥법」은 그간 불명확했던 물산업을 정의해 산업적 측면에서 기술개발을 통한 물산업 육성의 선순환구조를 만들도록 고안됐다. 구체적으로 ‘스마트 물산업 육성전략’을 통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수출을 촉진해 일자리를 만드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제 물산업에서 관리하는 물인프라는 융합산업으로 그 특성이 변화되고 있다. 로마시대 상하수도 시설은 공공 목적의 물인프라로 운영됐다. 산업혁명 이후 20세기 말의 3차 산업혁명기까지 물인프라는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값싼 물을 공급하고 사용한 물을 처리하는 사회기반시설로 기능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기인 지금의 물인프라는 새로운 기능과 산업적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물인프라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물의 품질을 높이는 각종 첨단 돌파기술이 광범위하게 도입되는 단계다. 예를 들어 하수처리장은 국가 전력에너지의 약 1.5~2%를 사용하는데, 공기공급(aeration) 설비가 총에너지 사용량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20년 내 도입될 기술들은 에너지 절감을 넘어 하수처리장을 아예 에너지 생산기지로 변모시킬 것이다.
둘째, 이러한 첨단시설들은 필연적으로 모니터링과 운영 고도화를 통해 자동화·무인화될 것이다. 시설을 운전하는 기능직 인력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대신 고부가가치의 고임금 고급 기술인력으로 대체된다. 자동화·무인화가 일자리를 줄이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모니터링과 자동화시설 유지관리 정도를 볼 때 총괄인력 수요는 오히려 많아질 것이다. 대신 자동화·무인화로 물의 품질과 서비스는 다양하고 획기적으로 향상돼 소비자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셋째, 미래 물산업은 전기·가스·통신(IT)·교통과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공공서비스 사업으로 진화한다. 하수처리장이 자원재생시설로 변모하는 2030년대 중반쯤 되면 하수처리장이 생산하는 여분의 에너지를 전력회사가 사게 되고, 또 각종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운반하면서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종합형 공공사업자가 만들어질 것이다. 운영 자동화를 가능케 하는 수백만 테라바이트(TB)의 상하수도 및 물환경 분야 빅데이터를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공유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도 나타날 것이다. 미래의 물산업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첨단산업이다. 새로운 물산업은 이미 당도해 있지만, 우리는 아직 느끼지 못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