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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업권 희소성 약화되고 광고는 개인화·맞춤형으로 진화
곽동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 2019년 10월호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PC나 스마트폰, 태블릿PC를 통해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 버스나 전철 안의 승객들 다수가 유튜브를 비롯한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면은 이제 더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기존 미디어산업의 작동 원리를 따져보면, 이런 동영상 소비의 OTT화가 초래하는 산업 생태계 변화가 얼마나 심대할지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기존의 방송미디어산업은 누군가가 영상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에서 시작해 이를 방송사업자가 보유한 물리적 주파수대역(유선망도 주파수를 사용함) 안에 시간대에 따라 배치하고(채널 편성), 이렇게 배치된 방송채널을 적당히 묶어(티어링) 최종 소비자인 시청자들에게 제공(전송)하는 일련의 가치사슬에 의해 구성된다. 이런 방송서비스 생태계가 작동되는 데는 당연히 재원이 필요한데, 이는 대체로 다른 미디어산업과 유사하게 광고비나 수신료로 충당돼왔다. 다만 공영방송의 경우 여기에 흔히 ‘시청료’라고 부르는 ‘TV수신료’ 또한 중요한 재원으로 역할을 한다.
OTT를 통한 시청이 확대되니 우선 방송광고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다. 편성권자가 정해준 시간에 방송되는 프로그램만 볼 수 있던 시기에 방송사들은 높은 시청률이 예상되는 프로그램 앞뒤에 비싼 광고비를 책정해 비용을 충당해왔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른바 ‘본방사수(재방송이 아닌 초방 시간에 맞춰 시청하는 행위)’를 위해 자신의 라이프사이클을 조정하는 대신 OTT 서비스를 통해 자기가 보고 싶은 시간에 스마트기기로 프로그램 보는 걸 택해버리니 시청률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TV 수신기 앞에서 프로그램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시청자들을 중요한 소구대상으로 삼던 광고가 안 팔리기 시작한다. 광고주들이 방송광고를 덜하니 방송사들은 제작비를 충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광고의 양상도 변한다. 양방향성을 지닌 인터넷망의 속성 덕분에 콘텐츠를 보내는 이는 누가 자신의 콘텐츠를 보는지 더 잘 알게 되고,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는 수없이 많은 콘텐츠 중 어느 게 자신이 찾는 콘텐츠일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해 이런저런 추천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의 개인화, 맞춤형으로의 진화가 가속화되는 것이다.
수신료 매출도 영향을 받는다. 아직 국내에서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유료 방송 플랫폼사업자들은 자기들 대신 온라인을 통한 프로그램 시청을 택하는(이를 코드커팅이라 한다) 이들이 늘어날수록 가입자 유지가 어려워질까 전전긍긍한다.
모두가 어려워지기만 한 것은 물론 아니다. 개방된 인터넷망이 유통의 주요 경로가 되다 보니, 언제나 ‘선택된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게 당연시되던 방송사업권의 희소성이 약화된 것이다. 이제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이끌 능력만 되면’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이용자들에게 유통시킬 수 있게 됐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수익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경제학에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또는 ‘이용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사업자들은 경쟁의 양상이 다변화되고 있다’고 표현하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방송 콘텐츠 기획·제작 부문에서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진입장벽이 낮아진 유통 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들과 다른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유인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 이게 이른바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경쟁을 낳다 보니 흔히 생산요소 시장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거래되는 감독, 작가, 스태프의 임금은 물론 배우들의 출연료도 상승해서 제작단가의 상승압력이 가팔라지는 중이다.
끝으로 기존 방송에 비해 미디어 국경의 제약을 덜 받는 속성 탓에 콘텐츠 유통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기획과 제작 단계에서 자국 시장만을 고려하기보다는 글로벌 유통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자국 내에서 먼저 유통하고,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던 기존 방송계의 프로그램 유통 관행에도 변화가 불가피한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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