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줌피자(Zume Pizza)에 피자를 주문하면 매장이 아닌 배송하는 트럭에서 구우며 온다. 스파이스키친(Spyce Kitchen)은 사람이 아닌 AI 로봇이 자동으로 조리해 인근 식당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판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무인편의점 모비마트(Moby Mart)를 호출하면 편의점이 자율주행차에 실려 찾아온다. ‘중국판 스타벅스’라 불리는 루이싱커피(Luckin Coffee)는 커피가 식기 전인 주문 후 18분 안에 고객의 집으로 배달해준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이다. 자영업시장에서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그간 자영업은 오프라인 가게들의 상권 내 경쟁에 그쳤다. 이제는 배달과 밀키트(간편식), 푸드테크, 초국적 자본과 결합해 온오프라인과 상권을 넘나드는 무한경쟁이 시작됐다.
자영업시장의 가장 큰 게임체인저는 ‘배달’과 ‘공유경제’다. 원할머니보쌈을 운영하는 원앤원주식회사가 가맹점들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 중 홀과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6대4, 2017년 5대5, 2018년에는 3대7로 역전됐다. 이제 배달이 외식업의 ‘뉴노멀’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자 홀 없이 배달만 하는 배달전문식당도 성행하고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공유주방도 대표적인 배달전문식당이다. 이미 10개가 넘는 공유주방이 운영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아 공유주방은 연내 30개까지도 늘어날 전망이다. 공유주방처럼 가게 공간을 나눠 쓰는 ‘공유가게’도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낮에는 식당, 밤에는 주점’으로 변신하는 공유가게가 서울 시내에만 1천여개에 달한다. 공유주방과 공유가게의 장점은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 다 500만~1천만원의 초기 비용만으로 강남, 을지로 등 핵심 상권에서도 창업할 수 있다. 자영업자 절반이 3년을 못 버티고 문을 닫는 상황에서 보증금, 권리금으로만 1억원 가까이 들여 창업했다 망하는 것보다 폐업 리스크가 훨씬 낮다.
장사가 안 된다면 타깃 고객을 바꿔보자. 서울 마포구에서 크린토피아 가맹점을 5개 운영하는 박성호 점주는 내점 고객을 기다리다 지쳐 직접 고객을 찾아 나섰다. 헬스장, 찜질방, 모텔, 미용실 등 세탁 수요가 많은 가게들에 직접 영업을 해서 일감을 받아온다. 세탁물 배송 차량이 10대에 달하고 경기도 하남, 파주, 일산까지도 배송을 간다. 그 결과 전체 매출의 80%가 가게들에서 나온다. 사업 모델을 B2C에서 B2B로 확장해 성공한 사례다. 본도시락, 장충동왕족발, 미스터힐링도 기업 고객의 매출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지금은 흔한 키오스크는 3년 내 사라질지도 모른다. 중국에선 테이블마다 QR코드를 설치해 계산대조차 없앴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가게 홈페이지로 바로 접속돼 몇 번의 클릭으로 주문·결제할 수 있다. 키오스크 앞에 줄서지 않아도 되니 대기시간이 짧아지고 회전율이 높아진다. 주문 데이터가 저장돼 추천 메뉴 등 개인화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최근 ‘테이블오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과의 접점, 판매 채널, 타깃 고객, 창업 방식, 상권의 범위까지. 자영업시장의 모든 것이 격변 중이다. 온라인쇼핑 활성화로 오프라인 총수요가 감소하는 지금, 일반 자영업자의 생존전략은 두 가지뿐이다. 유명 맛집으로 노포가 되든가 트렌드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혁신하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