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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마트를 하게 됐어요?
김경욱 우리들마트 대표, 「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 저자 2019년 11월호
 
장사하는 사람입니다. 나를 소개하는 첫 문장이다. 스스로를 장사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대부분 의외라는 눈치다. “정확히 어떤 사업을 하시는 거예요?” 대사가 정해진 극본처럼 익숙한 질문이 날아온다. “거창한 사업은 아니고요. 마트하고 있어요.” 나는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군산에서 우리들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내 또래의 친구들은 퇴사 후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하거나 자유로운 여행자가 되기를 꿈꾼다. 아무래도 나처럼 마트를 하는 사람은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마트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다. “어쩌다 마트를 하게 됐어요?” 이쯤 되면 비슷한 대화의 반복이라 웃으며 대답한다. “돈 벌고 싶어서요.” 유니콘 기업도, 여행자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 돈을 버는 것이 목표라면, 스타트업보다 자영업이 더 나은 선택이다. 실제로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교육 스타트업을 운영하던 지인은 “스타트업은 잘 되면 큰돈을 벌 수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돈 못 벌어. 돈 벌고 싶으면 장사해야지”라며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기도 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중소 규모 마트들의 감사보고서를 정리하고 각 샘플의 평균을 도출한 결과 평균 영업이익률이 3%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폭발적인 영업이익률은 아닐지라도, 분명히 마트는 돈을 벌고 있는 비즈니스였다. 그렇다면 마트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장사는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어느 날은 출근하며 길을 건널 때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마치 사고인 것처럼 차에 살짝 치이면, 잠시라도 편해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끝난 지 0.3초 만에 매장에서 꼭 해야 할 일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나 대신 누구도 그 일을 해주지 않는다는 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사고가 나면 온몸에 깁스를 하고서라도 매장에 나와야 할 것 같았다. 함부로 아플 수 없고 다쳐도 안 됐다.
맨땅에 헤딩하듯 장사를 시작한 지도 3년이 됐다. 힘을 모아 도와주시는 분들, 잊지 않고 우리 가게를 찾아주는 고객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방황한다고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모든 여행에는 자신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3년 동안 동네 사람들과 매일 부대끼다 보니 장사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임을 자연스레 깨달았다. 동네 장사에서 가장 소중한, 동네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네 장사가 지속 가능한 이유는 동네 사람들이 우리 가게를 선택해주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고객들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십시일반’과 ‘고사리희망장터’다. 십시일반은 특정 제품이 10개 팔릴 때마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그 제품을 1개 기부하는 행사고, 고사리희망장터는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을 마트 앞에서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지역 어르신들을 돕는 행사다. 이런 행사가 반복되면서 마트는 동네 사람들에게 더 깊게 다가갈 수 있었다.
비록 처음엔 돈만 보고 시작한 장사였지만, 결국 ‘사람’이라는 비밀스러운 목적지에 다다르게 됐다. 앞으로 우리의 여정 중 또 어떤 비밀스러운 목적지에 닿을지 모르겠다. 다만 언제나 그 길에는 ‘사람’이 함께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이 길의 끝에 우리가 함께 그려낼 아름다운 그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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