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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열기 전 다양한 플랫폼에서 미리 경험 쌓고 팬덤 형성하라”
허건 행복한가게연구소장 2019년 11월호
 
행복한가게연구소의 허건 소장은 자영업 컨설턴트로서 자영업자들이 경쟁력을 키우며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일반적인 창업 컨설팅 회사들이 ‘대박’을 화두로 내세웠을 때, 자영업 사장들에게는 ‘대박’보다는 ‘행복’이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 ‘행복’을 화두로 내세운 행복한가게연구소를 2013년부터 운영하게 됐다고 한다. 허 소장을 만나 자영업자의 성공·실패 요인을 짚어보고, 오늘날의 트렌드에 대해 들어봤다.
 
2016년부터 「자영업 트렌드」라는 책을 내고 있다. 최근의 트렌드, 그리고 앞으로의 트렌드를 어떻게 보는지.
서비스 분야는 콘텐츠가, 유통 분야는 무인화 매장이 키워드다. 외식 분야에서는 기본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우선 서비스 분야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특히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사업이 확산될 것으로 본다. 자영업이 사실 점포 창업을 해야만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요즘 사람들은 늘 스마트폰과 함께하고 있고, 80세 가까이 되신 저희 부모님도 영상 콘텐츠 시청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신다. 따라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많아질 것 같고, 그런 분야에서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유통에서 무인화 매장을 키워드로 꼽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몇 년 전 아이스크림 할인판매점이 유행했다. 매장에 아이스크림을 가득 채워놓은 냉동고를 놓고 계산해주는 직원 한 명만 있으면 되는 아이스크림 판매점은 무인화가 쉬운 사업모델이다. 관리할 아이템 수와 챙길 사항이 많은 편의점과 달리 도난방지 장치만 해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이런 형태의 실험적인 무인화 매장이 2020년을 기점으로 본격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판매점 외에 수영장, 카페, 독서실 등 다양한 업종에서 무인화가 이뤄지고 있다.

외식 분야에서 특히 기본을 강조했다.
청년들이 푸드트럭을 운영하거나 전통시장에 들어가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마케팅에는 감이 뛰어나지만 본연의 품질 부분에서 미흡함을 보인 사례를 봐왔다. 마케팅도 잘하고 브랜드도 잘 설계하고 있지만, 음식 맛과 같은 기본을 건드려주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음식점 중 맛은 좋은데 마케팅을 제대로 못해서 저평가된 집들을 개선해주는 컨설팅이 많이 이뤄졌다면, 현재는 그 반대의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사례를 많이 봤을 텐데 흔히 하는 실수엔 어떤 게 있나.
사람들이 창업 전에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긴 하지만 문제는 고민만 한다는 점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업종에 뛰어들려면 창업하기 전에 경험을 쌓아야 한다. 실패하지 않으려면 카페든 편의점이든 치킨집이든 그 분야에서 먼저 일종의 수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가게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화두가 된 게 ‘비주얼’이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즉 사진 한 장으로 매장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매출을 10% 이상 올릴 수 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팬덤이다. 팬덤을 가지고 창업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창업과의 격차가 커졌다. 온라인에서 팬덤을 형성한 다음 오프라인에서 창업해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팬덤을 갖는다는 게 무슨 뜻인가.
서울에 있는 한 빵집의 경우 사장님이 SNS에서 먼저 유명해졌다. 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여러 빵집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고, 집에서 직접 만든 빵을 공개하기도 했다. 팔로워들은 “오픈하면 꼭 가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하다가 빵집을 오픈했다. 물론 빵 맛이 좋고 품질 경쟁력이 뛰어나서 잘됐지만 팬덤을 가지고 시작한 덕분에 초기 홍보기간이 짧아진 셈이다.

공유주방, 무인화 매장 등 새로운 형태의 가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창업 전략도 달라지고 있는지?
공유주방의 경우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시장성 테스트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큰돈을 들여 점포와 설비를 마련할 필요 없이 일단 적은 돈으로 내 아이템이 시장에서 통할지 검증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앞으로 IT나 플랫폼을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IT 장치나 플랫폼 관련 기술과 얼마나 친숙한지에 따라 역량이 좌우된다. 

자영업자들이 특정 지역이나 업종에 몰려 과밀화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해소되기 어려운 이유는?
일단 창업 대기수요가 너무 많다. 창업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40대부터 60대까지의 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다. 노후준비를 할 연령대인데, 이들이 자영업 말고는 대안이 별로 없는 상황인 만큼 과밀화가 해소되기 어렵다. 또한 과거 사례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는 점도 있다. 자영업의 유행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 유행하는 아이템이 있으면 다 따라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시장성 테스트가 매우 중요하다. 바로 창업해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큰돈을 들이지 않고 조금씩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 앞서 말한 공유주방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온라인에서 먼저 시작하는 방법 등을 말한다. 이렇게 해서 창업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회 요인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의외로 창업하는 분들 중에는 처음에 했던 업종이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 잘되는 분들이 많다. 경직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어떤 창업 아이템이 인기를 끌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1, 2년 사이 가장 빨리 늘어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통신판매업이다. 온라인쇼핑몰이 최근 1년 사이에 20% 늘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같은 플랫폼을 통해 사업을 시작하기 쉬워졌고 적은 비용만으로 운영할 수 있다. 헬스 분야도 요즘 핫하다. 헬스 관련 매장이 많이 늘어난 것을 느꼈을 것이다. 요즘은 넓은 공간이 필요한 기존 헬스장 대신, 요가나 점핑다이어트 등의 수업을 진행하는 작고 특화된 운동공간인 ‘부티크짐’이 생기고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통계청의 ‘가게동향조사’를 보면 근로자 외 가구의 사업소득이 떨어지고 있다. 임금근로자의 근로소득은 늘어나는 데 비해 근로자 외 가구의 사업소득은 정체 상태에서 최근 한 2년 전부터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자영업자가 매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가 의외로 언급이 잘 안 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실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의 정부 정책은 자영업자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워주는 게 아니라 대출을 도와주는 등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하는 데 급급한 지원 위주다.

이번 기획의 제목이 ‘나는 가게주인입니다’이다. 행복한가게연구소장으로서 생각하는 행복한 가게주인이란?
사장님들이 개인적인 시간을 낼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서 안타깝다.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생긴 배경에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 최장 근로시간을 기록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특히 자영업자들이 너무 오래 일한다. 주 5일 정도가 아니라 연중무휴 일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요즘 젊은 사장님들은 브레이크타임을 갖거나 쉬는 날을 정해놓는 등 시간을 내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지연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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