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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일, 쉼과 놀이가 하나 되는 곳…‘공동체 운동’에서 ‘사회경제적 사업’으로
정기석 마을연구소 소장 2020년 02월호


마을이란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함께 먹고살 수 있는 곳’이다. 마을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믿고 기대고 돌보고 보살핀다. 곧 삶과 일, 그리고 쉼과 놀이가 하나 되는 공동체(commune)다. 마을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마을주민’을 넘어 ‘마을시민’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마을시민이란 지역사회 공동체의 혁신적 사회자본으로서 마을·지역사회 공동체사업을 관리·경영하는 역량과 권한과 책임을 두루 갖춘 주체적 인적 자산이다.
마을공동체사업을 하려면 마을시민들이 연대해 ‘마을기업’부터 세워야 한다. 마을공동체사업의 기획과 관리와 경영을 책임질 사업주체가 바로 마을기업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을기업은 마을공동체사업과 사회적경제사업을 연계하고 융합하는 효과도 발휘한다. 사업 준비 및 입문 단계에서 마을공동체사업의 학습과 훈련을 위한 학교이자 훈련장으로 기능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마을시민과 마을기업이 준비되면 자연스레 ‘살림마을’로 나아갈 수 있다. 살림마을은 “나도 먹고살고, 우리 마을도 먹여살리는” 마을을 뜻한다. 지난날 이른바 ‘마을만들기’가 그토록 어려웠던 이유는 마을공동체사업 현장에 마을시민과 마을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업을 책임질 ‘사람(마을시민)’과 ‘조직(마을기업)’도 없는 상태로 ‘마을을 행정적으로, 제도적으로 건설하고 개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마을·지역공동체 정책의 출발지점은 지역사회개발중앙위원회가 설립된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6년엔 이른바 지역사회 개발운동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부락민 자조개발 6개년 계획’이 시작됐다. 1961년 국가재건국민운동, 1970년 새마을운동 등 1970년대까지 20여년간 ‘공동체 재건과 산업화’라는 국가주도·동원형 관제사업 일변도였다.
1980년부터 10여년 동안은 ‘정주환경 개선, 생활권 개발’에 매달렸다. 시장 개방을 시대적·사회적 배경으로 깔고 기반시설, 정주환경 위주로 마을 단위 사업이 추진됐다. 토건공학에 의한 물적 기반 조성과 기능적 정비라는 전시행정형 사업이 대세였다.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마을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한국식 마을공동체운동’이 본격 대두된다.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의 복원을 추구하고 다양한 개인의 연대를 꿈꾸려는 이른바 ‘신사회운동’의 일환이었다. 민간 차원의 자생적 마을공동체, 생태공동체, 귀농 등의 운동이다.
1990년대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역 단위 공동체사업이 제도화됐다.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도 주민참여, 상향식의 마을만들기에 나섰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서울 등 도시에도 마을공동체사업이 전파됐다. 소외, 단절, 사회적 인간의 몰락 등으로 나타난 현대 도시사회의 병리현상이 심각하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인 셈이었다.
그럼에도 현대 대한민국 자본주의 체제에 포섭되고 포위된 ‘한국의 마을’은 고유의 정체성과 생명력을 잃어버리고 있다. 대다수가 한낱 관료적 행정 단위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과소화를 넘어 공동화로 접어든 지역사회는 공동체로서의 진정성이나 지향점조차 약화되거나 상실된 지 오래다. 이제, 한국의 마을도 1987년 체제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아닌가. 가령 ‘공동체 운동’에서 ‘사회경제적 사업’으로 마을공동체의 설계 방법론과 운영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전환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야 일과 삶과 놀이가 하나 되는 마을공동체에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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