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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사고, 능동적 삶의 태도 강조할 미래의 학교
황영동 군포 둔대초 교장, 새로운학교 네트워크 연구위원 2020년 03월호


교실 중앙의 태극기, 교탁, 칠판, 고정시간표, 교장실에 있는 국정지표, 학교 중앙현관의 시책사업, 출입 불가능한 화단, 조회대와 운동장…. 이러한 풍경은 근대 교육의 흔적들이다. 전통적인 교과, 40분, 45분, 50분 공부하고 10분 쉬는 시간,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차임벨 소리, 그리고 네모난 교실 풍경은 예전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오늘날 학교의 모습이다.
‘늘 안 변한다’던 학교는 사실 조금씩 변하고 있다. 체벌이 금지된 것은 놀라운 변화다. 지시와 명령을 받던 선생님이 학습공동체를 만들어 스스로 협력하고 연구한다. 아일랜드에서 시작했던 자유학기제가 중학교에 도입되고, 비록 시작 단계지만 고등학교에서 학점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학교공간을 개방적이고 유연한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학교공간에 놀이와 휴식의 개념이 도입되고 있으며 가상현실(VR) 교실을 도입한 곳도 있다. 이러한 시도는 경직된 학교에 조금씩 균열을 내고 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할 사회는 지금과는 다른 사회일 것이고 학교는 미래사회를 능동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첫째, 학교는 속도보다 깊이를 추구해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학교 역시 신기술을 가르치는 문제와 신기술을 교수학습에 도입하는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그간 교사들이 취해온 전략은 수용적·비판적·아동보호적·조화지향적 입장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담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우리는 대체로 비판적 입장에 서 있다.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되는 기술과 그에 따른 사회 변화에 대해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속도’로 대변되는 현재 사회의 열쇳말을 ‘깊이’로 전환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두뇌과학 분야에서 진행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질문에 대해 손을 들어서 먼저 답을 하도록 장려하는 속사포식 수업, IT기기를 너무 많이 활용하는 수업은 그다지 교육적이지 못하다. 재빨리 답하게 하는 수업은 오히려 오답을 유발하는 효과와 사고를 하지 않는 문제로 이어진다.
둘째, 지식에 기반한 유연성과 능동성을 기르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전문성을 가진 인간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고정된 영역에서 한 가지를 잘하기보다는 새로운 상황에 맞게 지식을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사회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고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통찰과 확장된 안목이 필요하다. 우리 청소년들은 엄청난 정보 속에서 가짜뉴스를 구분할 수 있을까? 지식을 기반으로 한 비판적 사고력이 강조되는 이유다.
셋째, 미래교육을 위한 학교의 변화다. 그동안 교육은 사회 변화의 흐름에 동조하거나 뒷북치는 역할을 강요받아왔다. 경제 상황, 과학기술 등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속도로 빠르게 바뀌고 있고, 새로운 가치관과 변화 이데올로기는 교사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의 핵심은 무엇인가? 독일이나 핀란드에서는 미래사회에 대한 진보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핵심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관용적이고 지속적인 미래사회를 내다보며, 사회 발전에 대한 책임감과 이에 적합한 시민의식을 가진 사회구성원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미래사회에 필요한 유연성과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수업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더 많은 권한이 학교나 교사에 위임돼야 하며, 교사 또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함께 연구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강력한 변화는 위보다는 아래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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