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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드는 공간혁신으로 학교공간을 보다 살아 있는 장소로
이화룡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 2020년 03월호


교육부는 지난해 3월 27일 학교공간혁신추진단을 구성해 학교공간혁신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사업의 기본 원칙은 지금까지 수혜자로만 머물러 있던 학생과 교사가 직접 설계에 참여해 미래교육의 요구에 대응하며 학교공간을 보다 즐겁고 살아 있는 장소로 만드는 데 있다. 지난해는 공간(영역) 단위사업 위주로 추진됐으나 올해부터는 개축 및 신축학교에도 학생과 교사가 만들어가는 공간혁신이 적용될 예정이다.
학교시설과 공간이 변화돼야 함은 시대적 요구다. 하지만 지금처럼 교육청 관계자나 전문가에 의한 일방향 방식으로는 결코 바뀔 수 없다. 즉 지난 개발시대의 경제성보다는 다양한 가치가, 그리고 효율성보다는 민주적 절차가 더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학교공간혁신의 의미는 첫째, 학생·교사 및 지역사회가 학교에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미래교육의 발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되새기면서, 교육공동체가 함께 신중하게 학교를 만들어가며 학교건축의 품질을 높이자는 것에 있다.
둘째, 학교공간혁신의 특징 중 하나는 참여설계와 공간교육이 교육과정 속에서 이뤄지며 그 중심에 학생이 있다는 점이다. 교육과정과 연계된 참여설계에서 학생들은 워크숍 등을 통해 공간에 대한 요구사항과 아이디어를 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기도 하고, 스스로 학교공간을 자기화(selfhood)해 가꾸고 꾸미며, 더 나아가 스스로 공간을 사용하는 방법을 체득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학교공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며, 공간과 땅을 함께 가꾸고 나눠 사용할 줄 아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한다. 특히 교육과정 속의 공간교육은 학생들에게 공간감, 예술성, 문제해결 능력, 융합적 사고능력 배양 등 많은 교육적 효과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셋째, 학교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이 함께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학교문화를 수평적이고 민주적으로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OECD의 미래학교 시나리오는 향후 학교의 모습을 네트워크형 및 탈학교형(de-schooling)으로 묘사하고 있다. 비록 미래학교가 탈학교형으로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학교는 아동과 학생의 학습 및 생활공간으로서 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학교는 단순히 학습공간뿐만 아니라 소통, 정보교류와 체육·문화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모습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은 학교공간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킬 것이다. 전자칠판, 태블릿PC를 넘어 로봇,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이 실현되는 인프라를 갖추고, 가변적 공간, 터치스크린, 인터랙티브 월(interactive wall) 등으로 구성된 가까운 미래의 교실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이와 함께 학습행태도 강의 위주에서 토론과 프로젝트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 등과 같이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학교공간은 교육과정과 교육방법 변화에 순응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해지고 다양화될 것이다. 그리고 소그룹 활동을 지원하는 끼리끼리 공간, 융합교과 공간, 이름이 없는(no-brand) 공간,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1+1 공간 등 새로운 공간들도 출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공간의 변화는 현재의 책상을 비롯한 교구를 새롭게 교체시킬 것이며, 진부한 직사각형의 학교형태를 나름 멋지고 색다른 모습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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