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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육의 질 높이려면 공교육 분야 에듀테크 활성화돼야”
조현구 클래스팅 대표 2020년 03월호
클래스팅은 초등학교 교사 출신 창업가가 교육에 IT를 접목해 공교육을 혁신하고자 하는 목표로 만든 에듀테크 스타트업이다. 기술과 함께하는 미래의 교실을 생각할 때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활용한 학습, 원격으로 이뤄지는 강의 등 화려한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클래스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의외로 간단하다. 교사, 학생, 학부모의 소통공간인 ‘클래스팅 클래스’, 학교 행정업무 시스템인 ‘클래스팅 스쿨’,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클래스팅 AI’ 등이 있다. 현재 25개국에 15개 언어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고, 2017년에는 미국 에듀테크 전문지 『에듀케이션 테크놀로지 인사이츠(Education Technology Insights)』에 글로벌 10대 에듀테크 스타트업으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클래스팅의 조현구 대표를 만나 에듀테크와 학교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클래스팅은 어떤 회사인가?
학교 현장에서 겪는 각종 어려움을 기술을 접목해 해결하고자 하는 회사다. 학교가 좋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이오테크가 의사들이 진료를 잘하도록 돕는 것이라면 우리는 교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은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는 포인트를 잘 찾아서 어떤 기술을 접목했을 때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다. 수년간 고객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서비스에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선생님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덕분에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입소문으로 많이 알려졌다. 클래스팅은 2012년 설립됐는데 현재 전국 초·중·고의 90%가 넘는 1만830여개 학교에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사용자로부터 피드백을 어떻게 받고 있나.
선생님들이 어려워하는 포인트를 지속적으로 듣고, 어떤 기술을 접목하면 좋을지 연구해 이를 반영한 제품을 출시한다. 이전에는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를 학교에서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학교 현장에 즉시 도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우리는 사용자경험(UX)을 그대로 가져와서 바로 제공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많이 좋아한다.

니즈를 반영해 서비스를 개발한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학생을 가르치고 평가할 때 잘하는 학생, 못하는 학생을 구별한 다음 못하는 학생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단계가 있어야 되는데 선생님들이 개별 학생의 수준에 맞춰서 일일이 가르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점을 보완할 기술을 고민했고, AI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문제를 내고 학습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두 번째로 선생님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개별안심번호를 무상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선생님들에겐 학부모가 휴대폰으로 자꾸 전화한다든지 학생이 SNS에 댓글을 단다든지 하는 고충이 있는데, 안심번호를 발급받으면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고도 학생이나 학부모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공교육 분야에서는 유일한 에듀테크 스타트업이다.
우리나라 에듀테크 스타트업 중에 10억원 넘는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34개인데 그중 학교 에듀테크는 우리뿐이다. 나머지는 사교육 분야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서비스를 만들어 무료로 학교에 배포해온 구조다. 외국에서는 에듀테크 회사들이 서비스를 개발해 학교에 판매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시장이 없는 셈이다. 그래서 클래스팅은 학교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야 했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인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클래스팅 앱을 통해 교육 관련 광고를 노출하는 것이다. 업체를 홍보하거나 소식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라 교육회사뿐만 아니라 교육부, 교육청 같은 곳에서도 우리 광고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클래스팅 광고단가가 포털사이트 등 대형 매체에 비해 4~5배 비싼데도 상당히 반응이 좋아서 비즈니스화가 잘되고 있다. 최근에는 광고하는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에듀스토어’를 론칭했다.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필요한 참고서, 교구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다.

외국의 에듀테크시장은 어떤지 궁금하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경우 교육부 차원에서 에듀테크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는 바우처를 학교에 제공한다. 바우처는 에듀테크 구매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고, 예산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났고 시장이 발전할 수 있게 됐다. 영국에만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1천개가 넘는다. 미국은 예전부터 학습관리시스템(LMS) 관련 서비스에 있어서는 정부가 만들어서 제공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성적표를 확인하는 시스템의 경우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제공하는데 미국은 성적표 확인 시스템만 해도 다양한 회사가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나라에서 서비스를 만들어서 보급해주는 게 아니라 정부가 예산을 주면 학교에서 알아서 서비스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클래스팅의 경쟁사가 생길 수 있을까.
경쟁사는 생겨야 한다고 보고,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1천개 넘게 생겼으면 좋겠다. 경쟁을 통해 산업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교육시장 규모가 30조원 정도고 그중에서 에듀테크만 4조원이다. 사교육 영역에서만 형성돼 있는 에듀테크시장이 공교육에 집중될 수 있도록 연결고리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정부에서 서비스를 만들지 않는 게 전제돼야 하고, 두 번째로 학교가 에듀테크에 쓸 수 있는 예산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예산이 나라에서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 학부모들이 학교 예산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미국은 학부모들이 학교에 기부를 하는데, 이처럼 학부모들이 현재 사교육에 쓰는 30조원이 기부 등의 방법으로 학교에 간다면 학생들이 굳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학교 안에서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공교육 분야에서 많은 에듀테크 업체가 경쟁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교육의 질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기술이 학교를 어떻게 바꿔나갈까.
학교가 기술 주도하에 바뀐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기술이 지속적으로 학교에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식이 될 것이다. VR이나 AR 같은 첨단기술은 상당히 좋아 보이고 제공해주면 학교에서 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선생님들은 그런 기술을 활용한 수업을 준비할 시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업 외 업무에서 시간을 아껴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행정업무를 효율화함으로써 그 시간을 더 효과적인 수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또 AI를 활용해 개별 학생의 수준을 수업 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교사로서, 그리고 현재 에듀테크 기업 대표로서 우리 교육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선 평가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게 교육의 역할인데 그런 인재는 더 이상 지식이 많은 인재를 말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직원을 뽑을 때도 지식을 평가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협업능력이 있는지, 문제를 잘 해결할 창의력이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데 학교에서는 아직도 역량 평가보다는 지식 평가가 이뤄진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평가가 이뤄져야 할까.
학생이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얼마나 열심히 했고 수업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빅데이터로 남겨 대학에서 열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수능·내신 점수 비중을 줄이고 나머지는 면접이나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로 학생을 평가하는 전형을 만들면 학생은 지금처럼 대학진학을 위한 점수에 집중하는 대신 학교활동에 충실할 수 있다.

‘클래스팅 학교’를 세우는 게 꿈이라고 들었다.
공립학교와 똑같은 규모의 예산에, 똑같은 환경에서 기술을 이렇게 적용하면 이렇게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공교육이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를 만드는 것이다. 학교 설립에 관해 많은 분의 조언을 듣고 있다. 이미 있는 학교를 샘플 학교로 활용하거나, 폐교를 활용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클래스팅 학교는 사업이라기보다는 투자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좀 더 성장해서 투자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지연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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